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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언박싱

일과 생활의 균형 관점에서 본 우리의 여가

  • 작성자KOSSDA
  • 작성일2024.08.28
  • 조회수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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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스타그램  영상(IGTV)으로 보기 '일과 생활의 균형 관점에서 본 우리의 여가'

 

1. 바야흐로 휴가의 계절인 여름이 지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여가 목적의 휴가를 보낸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전체의 47.9%이다. 그러나 이를 업종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상용근로자(60.9%)와 자영업자(47.6%) 사이에 휴가 사용의 격차가 꽤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업들은 소속 근로자의 재충전과 생산성의 회복을 위한 연차제도와 하계휴가제도 등을 운영하지만, 사업장의 실적과 관리에 민감한 자영업자들은 마음 놓고 휴가를 떠나는 등의 여가 시간을 가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휴가라는 특별한 여가활동이 아닌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의 여가는 어떠한 모습일까? 같은 조사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참여한 여가활동은 TV 시청, 산책 및 걷기, 모바일 콘텐츠 시청 등의 순이며, 두 명 중 한 명은 이러한 여가활동을 동반자 없이 혼자서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너무나도 익숙하게 느껴지는 이 결과는 많은 사람들이 바쁜 하루 끝, 또는 하루 중 틈틈이 주어지는 소중한 여가 시간을 개인적인 휴식 시간 정도로만 소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 이번 데이터 언박싱에서는 KOSSDA가 제공하는 여가, 넓게는 일‧생활 균형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들을 활용하여 오늘날 행복한 삶을 위한 필수요건이며, 나아가 자아실현의 기회라고도 이야기되는 여가에 대하여 다루고자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과거와 달리 오늘날 여가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우리의 여가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어떠한지를 짚어본 뒤, 여가시간이 부족한 집단의 현실을 돌아본다. 그리고 여가생활의 질적인 측면을 알아보기 위해 주된 여가활동 유형과 여가 동반자 실태를 살펴볼 것이다.

 

3. 여가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과거에 비해 얼마나 달라졌을까? 
전국 단위 표본조사인 서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의 <사회발전과 국민의식에 관한 조사연구, 1981>와 문화체육관광부의 <한국인의 의식 및 가치관 조사, 2022>자료를 통해 40년 전의 사람들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생각하는 여가의 가치를 비교해보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묻는 유사한 두 문항을 살펴보면, 1981년의 사람들은 제시된 13개의 가치 중에서 여가와 취미생활의 우선순위를 끝에서 두 번째인 12위에 둔 반면, 2022년의 우리는 제시된 12개의 가치 중 여가와 취미생활을 7위로 꼽고 있어, 오늘날 여가의 중요성이 크게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더하여 40년 전의 사람들과 현재 우리의 ‘삶의 방식에 대한 태도’를 비교해 보면, 1981년에는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장래를 위하여 어떠한 고생이라도 참고 살아야 한다”에 동의하는 의견이 96.2%로 압도적으로 많았던 반면, 2022년의 “삶의 방식”에 대한 질문(10점 척도)에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겠다는 의견(27.0%)보다 막연한 미래보다는 현재의 행복이 중요하다는 의견(43.4%)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다 구체적으로 “여유시간이 생긴다면 그 시간을 어떻게 쓰고 싶은지”에 대한 1순위 응답은 취미활동이나 여행(32.4%), 운동 등 건강 관리(30.2%), 가족과 더 어울리기(10.3%) 등으로 대부분이 여가활동을 희망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경제활동을 하고 싶다는 응답은 7.0%에 불과하여 말 그대로 워라밸 시대로의 변화가 드러난다.

 

4. 우리는 이러한 인식의 변화만큼 충분하고 만족스러운 여가생활을 누리고 있을까? 
<한국인의 의식 및 가치관 조사, 2022>의 항목별 삶의 만족도 점수(10점 척도)에 따르면 ‘문화 및 여가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하위권인 6.1점으로 삶의 전반적 만족도인 6.7점에 미치지 못하였다. 특히 1~4점으로 응답한 불만족 비율은 18.3%로, 조사된 다른 모든 항목과 비교하여 그 수치가 월등히 높았으며, 삶의 전반적 만족도에 대한 불만족 응답률 4.8%에 비하면 약 4배나 높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에서는 우리 여가생활의 부족 혹은 불만족 현상을 여가시간이 특히 부족하다고 알려진 자영업자 집단을 중심으로 이들의 여가시간 충분 정도를 먼저 확인할 것이다. 이어서 다양한 조사 자료를 활용하여 여가활동 유형별 활동 빈도, 그리고 여가 동반자의 측면에서 다각도로 살펴볼 것이다.

 

4.1. 여가시간은 과연 모두에게 충분한가?
2023년 국민여가활동조사에서 조사된 우리 국민의 평균 여가시간은 평일 3.6시간, 휴일 5.5시간이며, 여가시간이 부족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평일 12.8%, 휴일 7.5%로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이 글의 시작 부분에서 언급되었던 자영업자들에게 초점을 맞추어보면 이와는 조금 다른 상황이 관찰된다. <서울시 자영업자의 일·생활균형 실태조사, 2022>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의 하루 평균 영업시간은 주중 8.8시간으로, 이를 주당 평균 근로시간으로 환산한 42.5시간(8.5시간x5일)은 한국경영자총협회(2022)가 산정한 풀타임 임금근로자의 주당 평균 실근로시간인 42시간과 거의 비슷한 정도이다. 하지만 이는 자영업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수치이다. 현실적으로 여기에 영업 전/영업 중의 준비 시간 및 영업 후 마감 시간을 합산하고, 조사된 자영업자들의 월평균 휴무일 분포가 월 4~5일(31.3%), 월 2~3일(19.6%), 휴무일 없음(17.9%)인 점을 고려하여 주말 평균 영업시간인 6.2시간을 더한 뒤, 집에서도 업무를 보는 경우(47.9%)까지 포함한다면, 이들의 실질적인 근로시간은 임금근로자보다 훨씬 길어진다. 결국 자영업자들의 개인활동시간은 영업일 기준 1.6시간, 휴일의 경우 2.7시간으로 전체 평균값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며, 그에 따라 조사 대상의 47.9%가 개인활동시간을 늘리고 싶다, 즉 여가시간이 부족하다고 응답하였다. 실제로 자영업자들은 개인활동시간의 부족으로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모임에 참여하지 못하거나(64.4%), 혼자만의 시간/쉼을 가지지 못할 뿐만 아니라(59.7%), 사업 관련 학습이나 정보 획득 기회에 참여하지 못하고(56.4%), 아플 때도 편안하게 병원에 가지 못하는(53.1%) 등 여가시간의 빈곤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 52시간제의 실시로 여가시간이 늘어났다고들 하지만 전체 취업인구의 약 20%를 차지하는 자영업자들에게 이는 여전히 먼 나라 이야기인 것이다.

 

4.2. 여가활동의 유형과 여가 동반자의 측면에서 살펴본 여가의 질은 어떠한가?
우선 여가활동의 유형을 파악하기 위해 <서울시민의 정신건강 실태조사, 2022>를 살펴보자. 이 자료는 다양한 범주에서 서울시민들의 정신건강 현황을 조사하였는데, 그중 인간관계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항목 중 하나로서 ‘지난 한 달간의 여가활동 빈도’가 포함되어 있다. 조사 결과, 일반적으로 사회적 관계가 동반되는 자원봉사 또는 사회참여활동, 종교활동의 경우 활동 빈도가 낮았으며, 이러한 여가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응답률도 매우 높았다(자원봉사 또는 사회참여활동 69.0%, 종교활동 67.1%). 활동 빈도가 높은 편인 여가활동의 경우에도 일주일에 2~3회 이상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비율은 학습 및 자기계발 활동이 23.5%, 운동/공연관람/문화활동 등의 취미나 레저활동은 21.7%에 그쳤는데, 이는 휴식활동(TV 시청, 산책 및 걷기, 모바일 콘텐츠 시청)이 주된 여가활동으로 나타난 2023년 국민여가활동조사와도 맥을 잇는 결과이다. 이로 미뤄볼 때, 여가의 질을 높이기 위해 주어진 여가시간을 기본적인 휴식이나 기분전환의 수단뿐만 아니라 다양한 활동을 통한 즐거움의 경험, 신체적‧정신적 건강의 증진, 자기 계발, 사회적 관계 확장의 기회로써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노력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여가활동을 누구와 함께 하는지 또한 여가 만족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우리 국민 둘 중 하나는(50.5%) 혼자서 여가시간을 보낸다고 응답했으며, 나머지 34.0%는 가족과 함께, 13.2%는 친구 및 연인과 함께 여가활동을 즐기고 있다(국민여가활동조사, 2023). 혼자 여가 시간을 보내는 비율이 증가한 이유는 인구 및 사회 구조의 변화와 연관지어 심도있게 분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편 가족과의 여가활동은 34%라는 높은 응답에 비해 그 전망이 밝지 않다. 예를 들어 <제주특별자치도 가족실태조사, 2022>에서 조사된 가족과 함께하는 여가의 양과 질은 그리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닌 것으로 조사되었다. 평소 가족과 함께하는 여가활동의 빈도는 일 년에 서너 번(23.1%), 한 달에 한 번 정도(21.1%), 전혀 없음(16.5%) 등으로 매우 부족한 편이며, 최근 가족과 함께한 1순위 여가활동 유형은 외식(56.8%), 산책/나들이(16.1%), TV 또는 비디오 시청(10.8%) 등이 주를 이루었고, 여행(5.7%), 영화/박물관 등의 문화예술 관람(4.0%), 자전거/등산 등의 스포츠 활동(1.8%) 등의 응답 비율은 낮은 편이었다. 또한 조사 대상의 70.5%가 가족과의 여가시간이 충분하지 않다고 응답하였는데, 그 이유는 구성원들이 너무 바빠서(42.8%), 함께 거주하고 있지 않아서(30.3%), 공동의 취미나 관심사가 없어서(10.0%), 경제적인 부담(6.1%)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라는 특정 지역을 조사한 결과이기는 하지만, 가장 가까운 존재인 가족과도 여가 일정을 맞추거나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여가활동을 찾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은 충분히 시사하고 있다.

 

5. 지금까지 여가란, 일과 개인적 삶의 균형을 맞추는 중요한 요소이며 우리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증진하고 전반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인식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실제 여가생활은 질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자영업자와 같은 특정 사회 집단에게는 양적으로도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임을 알 수 있었다. <한국인이 바라본 사회문제, 2023>에서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다양하고 중요한 사회 이슈들 중에서도 ‘일‧생활 불균형’이 1위로 손꼽힌 결과를 떠올려본다면, 여가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제도적 노력과 함께 일과 생활의 균형이란 무엇이며 이것은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해 다양해진 삶의 조건에서 탐색하고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모두에게 적용 가능한 하나의 기계적인 워라밸을 추구하기 보다 최근에 일과 삶을 적절히 조화시켜 일 자체에서 재미와 행복을 찾고 자아실현을 이루어가자는 워라블*(Work-life blending)이 제안되는 것도 워라밸의 중요성을 다양하게 추구하는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당신의 여가는 어떠신가요?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논쟁적인 개념으로 2018년에 아마존 CEO 제프 베이조스의 ‘work-life harmony’로 거슬러 올라가며 일과 생활의 조화와 통합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것은 워라밸의 반대 용어로 비난받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점점 커지는 일의 중요성을 현실적으로 담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 시대와 잘 어울리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인용서식 : 고지영, 데이터언박싱 : 일과 생활의 균형 관점에서 본 우리의 여가, KOSSDA newsletter95, 2024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