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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언박싱

우리의 종교 생활

  • 작성자KOSSDA
  • 작성일2024.07.31
  • 조회수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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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작하며
최근 영화 <파묘> 흥행과 함께 무속, 풍수 등과 관련된 콘텐츠가 덩달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신연대기>*의 저자 이창익은 무속, 풍수 등과 같은 ‘미신’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 전근대 시기에는 ‘정상적 지식’의 일부로 간주되었으며 현재는 대중적 믿음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보았다. 실제로 KBS 공영미디어연구소에서 2019년에 실시한 <사주팔자에 대한 여론조사, 2019>에 따르면 종교가 있는 사람들의 70.3%가 사주를 본 적이 있었는데, 이는 종교가 없는 사람들(68.7%)보다도 약간 높은 수치이다.
*이창익(2021). 미신의 연대기. 테오리아
이와 같은 종교 현상을 볼 때 종교의 정의, 종교의 경계, 종교의 영향과 기능에 대한 다양한 질문이 떠오른다. 이번 데이터 언박싱에서는 종교를 다루는 주요 조사자료를 통해 종교 인구의 변동과 종교의식의 변화를 집중적으로 조명해 보고자 한다. 언박싱에 활용되는 자료는 1984년부터 10년 주기로 실시되는 한국갤럽조사연구소의 <한국인의 종교와 종교의식 조사>와 2003년부터 2023년까지 조사가 실시된 성균관대학교 서베이리서치센터의 <한국종합사회조사(KGSS) 2003~2023>자료이다. 그리고 서울대학교 인구 및 발전문제연구소가 조사한 <농촌생활연구에 관한 조사, 1971>자료가 보여주는 종교 관련 설문을 통해 종교가 우리에게 갖는 의미의 역사적 단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2. 한국 종교 인구의 변화 
한국 갤럽조사연구소가 실시해 온 <한국인의 종교와 종교의식 조사>는 종교 문항을 포함한 한국의 인구센서스가 시작된 1985년보다 한 해 먼저 시작된 장기 조사자료이다. 2014년 조사 이후 2021년에는 특별 조사를 실시하여 코로나19의 영향과 2015년 인구센서스의 종교 인구의 급감 발표 이후 변화를 조사하였다. 1984년부터 2021년까지 총 6회에 걸친 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종교 인구 비율은 2004년까지 증가했다가 2014년부터 감소하고 있다. 인구사회학적 특성으로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그리고 고연령층이 종교를 갖고 있는 비율이 높았다. 특히, 2004년과 2014년을 비교했을 때 2004년에는 19~29세 연령층에서 45% 정도가 종교가 있다고 응답했지만 10년 뒤인 2014년에는 해당 연령층의 31% 만이 종교가 있다고 응답했다. 2021년에는 이것이 22%로 하락하며 젋은 연령층의 종교 인구 비율이 급격히 낮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패턴은 통계청 인구센서스에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통계청은 1985년부터 10년 주기로 인구센서스에서 종교 인구를 조사한다. 종교 인구는 1985년 42.6%, 1995년 50.4%, 2005년 53.1%로 지속적으로 늘었다가 2015년에는 43.9%로 감소했다. 이러한 종교 인구의 전반적 감소 경향과 함께 연령대별 종교 인구 구성 변화는 많은 관심을 끈다. 2015년 센서스에 따르면 ‘종교가 없는 인구비율’은 20대가 64.9%로 가장 높고, 다음이 10대(62.0%) 순이며, 연령별 감소폭이 가장 큰 연령대는 40대(13.3%p)이지만, 이어서 20대(12.8%p), 10대(12.5%p)에서 크게 감소하면서 청년층의 탈종교화가 주목을 받았다. 
<한국종합사회조사>의 2003~2023년 장기 조사에서도 2003년부터 지속적으로 ‘종교 없음’ 인구가 증가하였고, 2023년에는 그 비율이 58.1%로 가장 높게 조사되었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23년에 20대와 30대는 각각 58.1%, 76.1%가 ‘종교 없음’으로 응답했고, 40대와 50대는 각각 60.6%, 50.9%로 종교가 없는 사람이 종교가 있는 사람보다 약간 높았다. 하지만 60대 이상부터는 종교가 있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위의 조사자료 결과들은 공통적으로 우리 사회의 종교 인구 비율이 낮아지고 있으며 특히 인구 구성에서 젊은 연령층의 감소가 두드러지고 있음을 지목하였다.
3. 한국인의 종교의식 변화 
3.1. 종교 집회 참석과 신앙심의 변화 
종교의식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우선 종교 집회 참석 활동을 살펴보자. <한국종합사회조사>의 종교집회 참석에 관한 설문 중 ‘일주일에 여러 번 참석한다’에 대한 응답을 보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018년의 6.9%에 비해 2021년에는 1.5%로 낮아졌었다. 2023년에는 다시 3.8%로 상승했지만 2018년 수준에는 못미쳤다. 또한 2023년 조사의 10명 중 6명은 ‘전혀 가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종교를 가진 사람에게 신앙심 정도를 질문하였는데 2023년 기준 신앙심이 ‘강하다’(다소 강하다 포함)고 응답한 사람은 22.1%로 약 10년 전인 2013년의 29.2% 보다 하락하였다. 하지만 신앙심이 ‘강하다’고 응답한 사람은 2013년 11.4%에서 2023년 5.6%로 절반 가량이 줄었다.
3.2. 신에 대한 믿음과 영적 차원에 대한 관심
종교의식은 불교나 기독교 같은 제도권 종교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한국종합사회조사>의 2008년과 2018년 조사는 국제비교조사인 ISSP(International Social Survey Program) 주제 모듈로 종교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여기에는 ‘신의 존재에 대한 믿음’에 대한 질문이 있다. 응답 범주는 존재를 믿지 않는다에서 점층적으로 구성되어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 신의 존재를 믿지 않지만 초월적인 힘의 존재를 믿는다 < 신의 존재를 믿으며 이를 의심하지 않는다로 구성되어 있는데, 범주의 양극단을 2008년과 2018년을 비교하여 살펴보면, 무신론자(나는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응답이 3%p 증가한 반면에 유신론자(나는 신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것에 대해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다)는 4.1%p 감소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둘 사이의 스펙트럼에서 나타나는 변화인데, 신에 대한 객관적 태도 즉, ‘나는 신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며, 신의 존재를 알 수 있는 어떠한 방법도 없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2008년 9.4%에서 2018년 13.7%로 크게 증가하였다. 또한 ‘나는 신의 존재를 믿지 않지만, 어떤 초월적인 힘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에 대한 응답도 2008년 16.4%에서 2018년 19.2%로 증가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종교 인구가 감소하는 경향과 무속과 풍수 등에 대한 최근의 관심은 양립 가능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동일 조사에는 초자연적인 것에 대해서도 질문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영성을 믿지 않는 사람이 믿는 사람보다 증가하는 추세이며, 특히 비종교인일 경우 영성을 믿지 않는 비율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종교가 있으면서 영성을 믿는 비율은 2008년과 2018년 조사에서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비종교인의 해당 비율도 비록 낮지만 두 조사 시점에서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
3.3. 종교의 중요성
종교가 개인의 생활에서 갖는 중요성은 <한국인의 종교와 종교의식 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14년 조사 이전에 비교적 높게 유지되던 종교가 ‘중요하다’는 응답은 점차 감소하여 2014년에 ‘중요하지 않다’는 응답과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며 2021년 조사에서는 ‘중요하지 않다’가 ‘중요하다’를 앞지르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종교를 가진 사람과 비교하여 비종교인의 ‘중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2021년 89%에 이른다. 
한편, 종교의 사회적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어떠할까? <한국인의 종교와 종교의식 조사>로 다시 돌아가서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설문을 살펴보자. 종교가 개인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증가하는 것처럼,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응답이 2014년 이후 증가하다가 2021년 조사에서는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다’를 앞질렀다. 다만,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은 과거와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응답이 ‘감소하고 있다’보다 높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적이다. 유사한 설문으로 종교가 사회적으로 도움을 주는 가에 대해 2014년 도움을 준다는 응답률 63%는 2021년에 38%로 떨어졌으며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응답은 38%에서 62%로 증가하였다.
4. 1971년 조사에 나타난 종교의 의미
<한국종합사회조사>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종교가 있다”고 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드는 생각에 대해 ‘종교 가르침이나 교리를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가 36.7%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선호하는 종교가 있다는 것이다’(21.3%), ‘신이나 영혼, 귀신의 존재를 믿는 것을 의미한다’(14.0%), ‘종교에서 강조하는 교리나 가르침에 대한 지식이 있는 것이다’(13.4%), ‘정기적으로나 비정기적으로 참여하는 종교 행사가 있다는 뜻이다’(10.9%) 순으로 응답되었다.
이와 비교하여 기독교 등의 종교가 자리잡기 시작했던 우리의 과도기 즉 1970년대에는 종교생활과 종교의식 그리고 종교가 우리에게 갖는 의미를 어떻게 조사했을까? 코스다의 주요 소장 자료인 서울대학교 인구 및 발전문제연구소에서 1971년 조사한 <농촌생활연구에 관한 조사>를 보면 농촌에서 도시로의 사회적 이동이 시작되는 당시의 다양한 사회 변화에 관심이 모아져 있다. 특히 이 조사는 종교 생활에 대한 질문으로 영혼 존재에 대한 믿음, 사후세계, 기독교, 기독교 입문 과정, 교회 참석 주요 동기 등을 포함하고 있다. 시선을 끄는 것은 고사나 굿, 점치는 사람을 찾아가는 것 등의 설문문항이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설문 문항(설문지 33번부터 ~ 51번까지)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번에는 종교에 관하여 몇 가지 여쭈어 보겠습니다.”(52번부터)에 대해 질문할 때는 아래와 같이 하느님과 그 외의 신이나 신령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8년 <한국종합사회조사>에서 ‘종교가 있다는 것’은 ‘가르침이나 교리를 실천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대답한 응답이 가장 높았다. 1971년 조사는 하느님과 그 외 신 그리고 영혼의 유무와 영혼이 가는 곳, 기독교를 믿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 교회 활동 등을 질문하면서 종교와 생활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았던 시절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5. 나가며
이번 데이터 언박싱을 통해 우리 사회의 종교 인구가 젊은층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으며 종교행사 참여, 신앙심 정도로 볼 때 종교의식이 점차 약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신에 대한 관심이나 영적 차원에 대한 관심도 과학적/무신론적 태도를 주로 견지하고 있으며 다만, 초월적인 힘에 대한 관심은 비교적 높은 편이며 영성에 대한 믿음은 비교적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종교가 개인의 생활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과 중요도는 점차 감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세속화되고 제도화된 종교는 쇠퇴하고 있는 반면에 초월적인 힘의 영향이나 영성적 차원에 대한 믿음은 낮은 수준이지만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주팔자에 대한 여론조사, 2019> 조사 결과를 다시 살펴보자. 사주를 보는 주된 이유에 대해 사주를 본 적이 있는 사람과 본 적이 없는 사람 모두 ‘자신의 운명이 궁금해서 알아보기 위해’, ‘단순히 재미를 얻기 위해’, ‘걱정이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삶의 조언을 얻기 위해’ 순으로 사주를 본다고 응답했다. 이 결과는 종교적인 것, 비종교적인 것 그리고 무신론적인 것이 혼재되어 있는 우리의 현재 종교 생활을 잘 보여준다 하겠다.

 

인용서식 : 반미희, 데이터언박싱 : 우리의 종교 생활, KOSSDA newsletter94, 2024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