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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 교제폭력과 관계 개입의 골든 타임

  • 작성자KOSSDA
  • 작성일2024.06.26
  • 조회수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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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 거제 교제폭력, 강남 오피스텔 교제살인 사건 등 이른바 교제폭력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이런 교제살인이나 교제폭력 사건의 신고 건수는 2023년 기준 7만 7150건을 넘어서고 있지만 관련 경찰검거는 이에 훨씬 못 미치는 1만 3939건으로 낮은 수준에서 별다른 변화가 없어 법적·제도적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관련 폭력의 심각성은 계속 보고 되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2023년 언론 보도 사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최소 138명에 이르고 이에 더해 자녀, 부모, 친구 등 주변인 피해자 수도 54명이나 된다.
2. 이번 데이터 언박싱에서는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을 다룬다. 이것은 가정폭력 또는 젠더 폭력과 동의어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WHO*는 “과거 또는 현재 친밀한 관계에 있는 파트너가 여성에게 행사하는 가장 흔한 폭력으로 신체적, 성적, 정서적(심리적) 학대와 행동 통제를 포함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15세~49세 해당 여성의 27%가 이러한 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보고했으며 이것이 초래한 건강 문제 그리고 사회·경제적 비용은 엄청나다고 WHO**는 밝히고 있다. 
이번 데이터 언박싱에서는 코스다가 서비스하는 자료를 통해 부분적으로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을 살펴보고자 한다. 활용할 자료는 <스토킹에 대한 인식조사, 2019>, <데이트 폭력 실태조사, 2015 : 남성>, <데이트 폭력 실태조사, 2015 : 여성> 이며, 검토 범위도 주로 교제폭력(데이트폭력)으로 제한될 것이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교제폭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을 살펴보고 스토킹과 교제폭력의 유형별 실태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 WHO series of information sheets: Understanding and addressing violence against women. WHO/RHR/12.36 2012. 11.27.
3. 우리 사회의 교제폭력에 대한 성별 인식 차이
<데이트 폭력 실태조사, 2015>의 여성과 남성 자료에 나타난 데이트 폭력 인식을 살펴보자. 먼저, 데이트(또는 데이팅) 폭력 단어를 이전에 들어봤는지 여부에 대한 응답은 남성이 62.1%로 여성의 높은 응답(80.4%)과 차이를 보였다.
3.1. 교제폭력 인식: 성관계와 사랑
<데이트 폭력 실태조사, 2015>의 세부 조사 항목 중 성관계와 사랑에 대한 인식과 성별 차이를 알 수 있는 질문이 있다. ‘연인의 성관계 요구를 거절하는 것은 그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문항에 대한 응답 결과를 보면, 여성은 동의(조금 동의+대개 동의+완전 동의)가 24.6%에 불과하였으나 남성은 54.4%을 차지해 여성보다 2배 이상 높은 동의를 나타냈다. 즉 남성은 여성에 비해 성관계를 사랑과 관련짓는 경향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와 연결된 질문으로, ‘연인들이 1박 이상 여행을 같이 가는 것은 성관계에 동의한 것이다’는 문항에서는 남성은 71.8%나 동의하였으나 여성은 이에 20%p 정도 못미치는 52.6%만 동의하였다. 이를 통해 동반 여행과 같은 연인간 교제 행위에 대해서도 성별 이해가 상이함을 알 수 있다.
3.2. 교제폭력 인식: 폭력에 대한 문제의식
교제폭력에 대한 문제의식과 관련한 주요 문항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연인간 파트너를 때리는 것은 일종의 사랑싸움이므로 문제시 할 필요가 없다’는 문항에서 여성은 90.8%가 비동의(전혀 동의하지 않음)를 나타냈지만 남성은 여성보다 약 15%p 낮은 75.9%만 비동의로 답했다. 또한 ‘연인간의 폭력은 사적인 일이므로 제3자가 개입할 필요없다’는 문항에 대해서 남성은 43.4%가 동의를 보였지만 여성의 동의는 28.0%에 불과했다. 이 결과로 미뤄볼 때, 교제 관계에서 일어나는 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이 성별에 따라 차이가 나며 특히 관계의 사적인 성격을 강조하는 남성일수록 관계 외부의 개입에 부정적임을 시사하고 있다.
3.3. 교제폭력 인식: 폭력에 대한 대처방법
이러한 문제의식의 차이는 실제 폭력 대처 방법에도 유사하게 발견된다. <데이트 폭력 실태조사, 2015>에서 폭력 대처방법에 대한 성별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우선 친구가 데이트 폭력을 당하고 있을 경우 대처 방법에 대한 질문에서 남녀 모두 ‘헤어지라고 조언한다’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여성 69.4%, 남성 54.6%) 경찰신고, 상담기관 소개 순으로 남녀가 유사하게 응답하였다. 말하자면, 관계의 당사자가 해결하는 방식(헤어짐)을 우선적으로 조언하였으며 그 다음으로 경찰이나 상담사 등의 기관과 전문가 도움을 조언하였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남성의 경우 교제폭력에 대한 대처에서 당사자들간의 해결 조언 다음으로 ‘둘 사이의 문제라 개입하지 않는다’에 높은 응답률(17.2%)을 보였다는 것이다. 이는 친밀한 관계를 존중한다는 의미로 이해될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 관계의 배타성과 폐쇄성이 폭력 문제를 처리하는 데에는 취약함을 인지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말하자면, 남성은 친밀한 관계가 갖는 고유성과 자율성에 확신을 갖는 반면에 여성은 확신을 갖지 못하며 필요시 외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보는 인식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데이트폭력 예방을 위한 교제 상대방 전과 조회에 대한 인식 문항에서 남성의 경우 ‘전적으로 찬성’과 ‘철저한 관리를 전제로 찬성’을 합한 결과가 62.7%, 여성의 경우는 86.8%로 나타나 24.1%p의 비교적 큰 차이를 보였다. 또한 ‘인권문제가 있으니 반대한다’고 응답한 경우는 여성은 9.8%에 불과했으나 남성은 27.7%로 여성에 비해 3배 가까이 높은 응답을 나타냈다.
위 결과를 종합해볼 때, 교제폭력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사회적으로 비교적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연인 관계 혹은 사랑하는 관계에서 일어나는 대화, 여행, 성관계, 갈등(싸움) 등은 관계 당사자의 성규범 인식과 우리 사회의 인권 감수성에 대한 이해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특히 성별 차이는 쉽게 간과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를 보인다.
4. 스토킹에 대한 인식
친밀한 관계 폭력의 대표 유형으로 언급되는 스토킹에 대한 인식을 <스토킹에 대한 인식조사, 2019>를 통해 살펴보자. 먼저 연애행위에 대한 인식 결과를 보면, ‘이혼한 전 배우자가 거절해도 전화나 문자를 계속하는 건 범죄 아님’ 응답은 95.9%가 비동의(전혀 그렇지 않다+대체로 그렇지 않다)를 나타냈고 ‘헤어진 연인이 거절해도 전화나 문자를 계속하는 건 범죄 아님‘에는 93.2%가 비동의로 답했다. 조사 결과를 살펴볼 때, 응답자들은 상대방이 거절/거부 의사를 밝혔을 때 그에 반하는 행동을 계속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토킹 피해 경험이 있는 응답자들의 피해 유형(복수응답)을 살펴보면, ‘지나친 전화/문화 연락’이 67.5%, ‘주거지나 직장에 연락없이 찾아와서 기다림’ 66.7%, ‘미행’ 27.8% 순으로 나타났고 이에 더해 ‘SNS를 통한 괴롭힘’이 11.9%, ‘허락없이 집에 침입함’ 7.9%, ‘카메라 이용 촬영 및 유포’도 4.8%나 되어 범죄에 속하는 심각한 스토킹 피해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5. 교제폭력(데이트폭력) 실태
만 19세 이상 성인 여성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데이트 폭력 실태조사, 2015 : 여성> 자료의 연구보고서인 ‘여성 대상 폭력에 대한 연구-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응답자의 80.3%(1,605명)가 신체적, 성적, 정서적(심리적) 학대와 행동 통제를 포함하는 피해 경험이 적어도 하나라도 있다고 응답하였다. 폭력 유형별로 살펴보면 상대 남자로부터의 행동 통제 경험을 당한 경우가 76.0%로 가장 많았으며 심리적·정서적 폭력피해는 35.2%, 성추행 피해는 35.5%, 성폭력피해는 20.3%, 신체적 폭력피해는 19.4%, 상해 피해는 6.8%가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자료를 통한 교제폭력의 양상도 WHO가 정의한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처럼, 파트너가 여성에게 행사하는 가장 흔한 폭력이면서 다양한 유형화로 드러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5.1. 교제폭력 유형: 행동 통제
가장 많은 피해 경험으로 보고한 ‘행동통제피해’를 살펴보자, 먼저 조사대상자 2,000명에게 연인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행통통제 피해 경험 중 상대방이 나에게 한 행동에 해당하는 것을 질문한 결과(복수 응답 가능, 각 문항마다 '없음/일년에 한두번/한달에 한두번/1주일에 1회이상/거의 매일' 중 1개 선택)를 살펴보면,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경험한 유형은 ‘누구와 있는지 항상 확인’하는 경우로 54.5%(일년에 한두번+한달에 한두번+1주일에 1회이상+거의 매일)가 적어도 한 번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통화가 될 때까지 계속해서 전화’하는 경우로 응답자의 39%가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이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내가 싫어해도 하도록 만든 적이 있다’는 32.5%, ’다른 이성을 만나는지 의심‘한 경우 30.9%, ’일정을 통제하고 간섭‘이 26%, ’핸드폰, 이메일, 개인 블로그나 홈페이지 등을 자주 점검‘ 25.9%, ’친구들을 못 만나게 했다‘는 경우가 18.6%, ’써클이나 모임 활동을 못하게 했다‘ 17.8% 등으로 나타났다.
5.2. 교제폭력 유형: 정서적 피해와 신체적 피해
정서적 폭력피해를 간략하게 살펴보면, 가장 많은 사람들이 경험한 유형은 ‘화가 나서 발을 세게 구르거나 문을 세게 닫은 적이 있다’인 경우로 21.9%가 적어도 한 번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대부분은 일 년에 한두 번이거나 한 달에 한두번 정도였다. 다음은 ‘욕을 하거나 모욕적인 말을 한 적이 있다’가 18.5%, ‘나를 괴롭히기 위해 악의에 찬 말을 한 적이 있다’가 16.5%, ‘위협을 느낄 정도로 고함을 지르거나 소리를 지른 적이 있다’가 15.5%, ‘나를 형편없는 사람이라고 비난한 적이 있다’ 12.6% 순이었다. 
한편, 물리적으로 피해가 나타나는 신체적 폭력피해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경험한 유형은 ‘나를 힘껏 움켜잡은 적이 있다’인 경우로 14.6%가 적어도 한 번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대부분 일 년에 한두 번이거나 한 달에 한두 번 정도였고 거의 매일이라고 응답한 경우는 0.3%(6명)에 불과했다. 다음은 ‘나의 팔을 비틀거나 꼬집은 적이 있다’가 8.6%, ‘나를 (벽 쪽으로) 거칠게 밀친 적이 있다’가 7.6%의 순이었다. 보다 심각한 폭력인 ‘나의 목을 조른 적이 있다’는 경우가 2.9%, ‘나를 심하게 마구 때린 적이 있다, 2.5%, ‘칼(가위)이나 총 등 흉기로 위협한 적이 있다’가 2.2%, ‘칼(가위)이나 총 등 흉기로 상해를 입힌 적이 있다’가 2.1%, ‘다치게 할 수 있는 물건(혁대, 몽둥이, 골프채 등)으로 나를 때린 적이 있다’가 2.0%, ‘뜨거운 물이나 불로 화상을 입힌 적이 있다’가 1.9% 등으로 나타나 심한 폭력의 피해를 당한 경우도 다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5.3. 교제폭력에 대한 대처
다양한 교제폭력의 유형 중, 신체적 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응답한 387명에게 신체적 폭력피해에 대한 조치 결과를 질문했을 때(복수 응답 허용),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가 전체의 59.3%나 되었고 친구나 선배에게 알린 경우가 16.2%, 가족에게 알린 경우가 4.6%로 나타났다. 타인에게 알리는 경우는 대부분 친구나 선배에게 우선 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상대방의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했다’는 경우도 4.1%나 되었지만 경찰에 신고한 경우는 3.4%에 불과하였다. 앞의 신체적 폭력 피해 실태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심각한 폭력을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에 신고한 비율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적 폭력피해를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피해가 심각하지 않아서’(36.1%)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서’(26.5%),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아서’(7.5%) 순으로 나타났다.

6. 나가며: 교제폭력은 사회구조적 문제이자 관계의 문제
지금까지 코스다 데이터 언박싱을 통해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 특히 교제폭력(데이트폭력)에 집중하여 우리 사회의 폭력 심각성 인지와 대처방안 그리고 폭력 유형별 실태를 살펴보았다. 결과적으로 볼 때, 교제폭력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사회적으로 비교적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연인 관계 혹은 사랑하는 관계에서 일어나는 대화, 여행, 성관계, 갈등(싸움) 등은 관계 당사자의 성규범 인식과 우리 사회의 인권 감수성에 대한 이해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관련 피해나 심각성이 즉각적으로 사회 문제 인식에 미치지는 못했다. 구체적으로, 교제폭력에 대한 성별 인식 차이는 폭력 피해 경험의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사실, 친밀한 관계의 자율성에 대한 남녀 확신의 차이 그리고 폭력 상황에 대한 외부 개입 허용 차이로 확대 연결되면서 그 범위와 깊이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언박싱은 교제폭력이 함축하고 있는 성규범과 젠더 관계 그리고 소통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법적 처벌과 함께 주요 축을 형성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최근 스토킹범죄 처벌법이 강화되고 교제폭력 피해자를 중심으로 교제폭력 관련 제도의 개선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을 해석하는 우리의 틀은 변화를 요구받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친밀한 관계에 있는 당사자들이 교제폭력의 구조적 문제를 인식하여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인용서식 : 한아름, 데이터언박싱 :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 - 교제폭력과 관계 개입의 골든 타임, KOSSDA newsletter93, 2024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