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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언박싱

청소년의 성문화, 이제는 우리가 답할 때

  • 작성자KOSSDA
  • 작성일2024.05.29
  • 조회수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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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청소년기는 신체적이나 성(性)적인 발달이 성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성숙되는 시기이다. 오늘날 청소년들은 연애 관계에서의 성적 행위를 자연스럽고 긍정적인 것으로 인식하며 자신들의 성문화를 형성해가고 있는 성적 존재로 부상했다. 하지만 성인들은 청소년의 성(性)을 금기시하고 ‘학생’이라는 무성(無性)의 대상으로 치환하고자 한다. 학교에서 실시되는 의무적 성교육은 청소년의 성을 금기와 금욕의 대상으로 인식하여 피상적이고 예방 중심적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청소년의 성적 호기심과 대화는 제한 없는 성적 콘텐츠로 넘쳐나는 디지털 미디어 공간으로 유입되어 충족되고 있다. 이제는 남녀의 신체구조 등 생물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의 의례적인 성교육이 아닌, 청소년들의 문화적 특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복합적이고 포괄적인 성교육으로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23)*.
*KWDI 이슈페이퍼 “청소년의 디지털 성문화 특성을 반영한 포괄적 성교육 실행 방안”,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23.5.31
2. 이번 데이터 언박싱에서는 우리 청소년들의 성문화를 성의식과 성행동, 성 관련 지식 및 정보, 음란물 접촉의 다차원에서 살펴보고, 청소년들의 시각으로 바라본 성교육의 현재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탐색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KOSSDA가 제공하는 청소년의 성 관련 주제를 다룬 연구데이터 중에서 대규모의 기관 산출 자료이면서 비교적 최신 자료에 속하는 <부산지역 청소년 성문화 실태조사, 2021><제주지역 청소년 성인권 인식조사, 2022>의 두 자료를 선정하여 중‧고등학생 청소년들의 성과 관련된 다양한 측면들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그리고 청소년들의 욕구와 필요를 실질적으로 충족할 수 있는 효과적인 성교육의 대안으로서 유네스코가 제시하는 ‘포괄적 성교육’의 의미를 함께 짚어볼 것이다.
3. 우리 청소년들의 성문화는 어떠할까? 청소년기의 아이들은 성적으로 어떠한 가치관과 성행동을 보이는가? <부산지역 청소년 성문화 실태조사, 2021>는 청소년들이 가지고 있는 성의식의 단면과 성행동의 실태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자료이다.
3.1. 우선 청소년의 성담론 일반에 대한 태도와 성행동에 대한 태도를 살펴보자. 성담론에 대한 개방적 태도와 관련하여, 청소년들이 친구‧선후배‧부모님 등과 성에 관한 대화를 나누거나 정보를 공유하는 등 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소통하는 빈도는 낮은 편이었다. 이를 성별로 나누어 살펴보면, 여성보다는 남성의 소통 정도가 높았고, 특히 ‘여러 사람이 있는 곳이나 SNS 단톡방 등에서 공개적으로 성적 농담을 한다’와 ‘친구들과 야한 글이나 영상 사이트 등의 정보를 공유한다’ 항목의 경우 남녀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한편 손잡기, 키스, 포옹, 성관계 등을 포함하는 성행동에 대한 태도는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다면 나는 나의 성행동을 자제할 수 있다(4.53점)’, ‘사귀는 사이에서 내가 원하지 않으면 성적 행동을 거절할 수 있다(4.46점)’, ‘나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성행동만 할 것이다(4.40점)’, ‘사귀는 사이라도 일방적인 성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4.30점)’ 등으로 청소년들의 성행동에 대한 책임감과 자제력 수준은 대체로 높았으며, 그중에서도 여성이 남성보다 모든 항목에서 더 높은 점수를 보였다. 그러나 ‘성행동을 할 때 주변 친구(들)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항목의 경우 남녀 모두의 동의 정도가 가장 낮아, 청소년들이 성에 대해 보수적 혹은 개방적 태도를 보이는 것에는 주변 또래 집단이 주요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3.2. 청소년의 성행동은 <부산지역 청소년 성문화 실태조사, 2021>에서 청소년의 연애 중 성행동의 경험과 성관계 경험 항목의 조사 결과로 살펴보자. 설문에 응답한 중‧고등학생 청소년의 53.6%가 연애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는데, 연인과의 데이트 중에 경험한 성행동의 수준은 손잡기 64.3%, 껴안기 51.4%, 키스 22.3%의 순이었고(중복 응답), 성행동을 전혀 해보지 않은 청소년이 17.5%였다. 반면 연인과 성관계를 경험한 청소년은 12.5%였고, 이들의 첫 성관계 시기는 사귀기 전 12.3%, 사귀고 한 달 안 40.4%, 3개월 안 21.1% 등 비교적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성관계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의 첫 성관계 연령대는 초등학교 고학년 8.8%, 중학교 재학 중 50.0%, 고등학교 재학 중 41.3%이었는데, 이들 중 22.5%는 성관계 시 피임을 한 적이 없다고 응답해 일부 청소년의 빨라진 첫 경험 시기에 발맞춰 피임 교육 또한 강조되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4. 지금까지 살펴본 청소년의 성의식(태도)과 성행동 조사 결과는 이들의 일상에 밀착되어 구체적이고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특히 성적 존재로 성장하고 있는 청소년을 어리거나 미성숙한 존재로 무시할 수 없음을 잘 보여준다. 이번에는 청소년들의 성과 관련된 고민거리는 무엇이고, 고민 해결을 위해 누구의 도움을 받고 있는지 알아본다. 또한 이들의 성지식 수준은 어떠하며, 이러한 성 관련 정보를 어디에서 얻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보자. 이를 위해 <부산지역 청소년 성문화 실태조사, 2021> 자료를 다시 활용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4.1. 평소 성에 대한 고민이 있다고 응답한 중‧고등학생은 16.3%로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연애(22.5%), 외모(20.6%), 성적 성숙과 관련된 신체‧심리적 변화(12.9%), 연애 대상과의 성적 행동(9.1%), 성차별(6.0%), 자위행위(5.0%) 관련 순으로 나타났고, 많은 수의 청소년들이 이러한 성에 대한 다양한 고민을 친구나 선배(59.0%)와 가장 먼저 의논한다고 응답하였다. 하지만 청소년 5명 중 1명은 성 관련 고민을 누구와도 의논한 적이 없을뿐더러(19.4%), 부모(8.6%)나 형제자매(4.3%) 등 가족과 의논하는 비율 또한 낮게 나타나 성에 대한 고민을 드러내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의 상황을 엿볼 수 있다.4. 지금까지 살펴본 청소년의 성의식(태도)과 성행동 조사 결과는 이들의 일상에 밀착되어 구체적이고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특히 성적 존재로 성장하고 있는 청소년을 어리거나 미성숙한 존재로 무시할 수 없음을 잘 보여준다. 이번에는 청소년들의 성과 관련된 고민거리는 무엇이고, 고민 해결을 위해 누구의 도움을 받고 있는지 알아본다. 또한 이들의 성지식 수준은 어떠하며, 이러한 성 관련 정보를 어디에서 얻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보자. 이를 위해 <부산지역 청소년 성문화 실태조사, 2021> 자료를 다시 활용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4.2. 청소년들의 성에 대한 지식수준을 묻는 문항을 살펴본 결과, 청소년들이 성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지식은 ‘남성이 발기하는 것은 성적으로 흥분했기 때문이다(1.98점)’, ‘여성은 남성에 비해 성욕이 강하지 않다(1.90점)’, ‘남성의 성욕은 참기 어렵다(1.88점)’ 등의 순으로 나타나 대체로 올바른 성지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응답자의 20~30% 정도는 정확하지 않은 성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청소년들은 이러한 성지식을 주로 학교 성교육(58.6%), 인터넷(56.5%), 친구(46.1%)로부터 알게 되었다고 응답하였는데(중복 응답), 이로 미루어볼 때 학교에서 이뤄지는 성교육이 실제적이고 보다 구체적인 성지식을 다루지 못하고 있거나, 청소년들이 인터넷 공간이나 친구들을 통해 성적 호기심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부정확한 성지식을 접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4.3. 청소년의 성문화는 사회 전반적인 성문화와 연관되어 있는데, 음란물 접촉이나 성폭력과 같은 사회 문제는 청소년의 성인식과 성행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아 주요하게 다뤄진다. <부산지역 청소년 성문화 실태조사, 2021> 역시 청소년의 음란물 접촉에 대해 조사하였는데, 청소년 10명 중 7명이 야한 사진이나 성에 관한 동영상‧소설‧만화 등을 본 적이 있었고(남성 청소년 75.2%, 여성 청소년 64.6%), 이러한 음란물을 처음으로 접한 나이는 평균 13.4세, 즉 초등학교 6학년 시기인 것으로 나타났다(남성 청소년 13.3세, 여성 청소년 13.6세). 청소년들은 인터넷을 하다가 우연히 음란물을 접하게 된 경우가 가장 많았고(우연히 음란 사이트에 들어가게 됨 33.2% + 갑자기 음란 사이트의 창이 뜸 14.9%), 친구가 보는 것을 같이 보게 된 경우는 24.7%, 호기심에 직접 찾아본 경우는 10.1%였다.
5. 청소년의 성문화 실태의 다른 한편으로, 학생들은 학교 성교육을 통해 무엇을 어떻게 배우고 있으며, 성교육에 대한 청소년들의 기대는 무엇일까? 청소년들의 성교육 경험과 성교육 욕구 등에 대해 상세히 조사한 <제주지역 청소년 성인권 인식조사, 2022> 자료와 그 연구보고서를 살펴보자.
5.1. 조사된 청소년들의 대다수인 97.2%는 성교육을 포함한 성인권 교육의 경험이 있었으며, 그중에서도 대부분은 학교(95.0%)에서 별도의 성교육 시간(15.3%)이 아닌 수업 시간에 설명식 강의(65.0%) 또는 시청각교육(18.0%) 방식을 통해 최근 1년 사이 평균 3.7회의 성인권 교육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을 통해 배운 내용은 성평등 영역 89.6%, 성인권 영역 87.2%, 성적인 위험 영역 84.2%, 성문화 영역 74.0%의 순이었고, 77.2%의 청소년들이 이러한 성인권 교육의 내용이 도움이 되었다고 평가하였다(약간 도움이 됨 56.1% + 매우 도움이 됨 21.1%). 그러나 성교육 내용 중 성문화 영역에 해당하는 ‘성표현물과 음란물을 구분하는 지식’의 경우 34.8%, ‘성관계‧임신‧출산‧피임과 관련된 지식과 정보’의 경우 23.1%의 청소년들이 배우지 않았거나 모르겠다고 응답하였다. 이는 청소년들 성인권 교육의 하위 범주를 구성하는 내용들이 통합적·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했으며, 한편으로는 음란물이나 성폭력의 심각성 그리고 성관계에서의 책임 등을 다루는 사회적 성에 대해 체계적이고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5.2. 그렇다면 우리 청소년들의 이야기로부터 성교육의 개선 방향을 도출해 보자. 청소년들은 성인권 교육에서 인권‧성인권‧성적 권리 등 관련 정보와 지식(32.0%), 평등하고 서로 존중하는 남녀관계(13.5%) 등 자신과 상대방의 성적 권리와 성인권을 존중하는 방법과 더불어, 다양한 피임방법(11.8%), 성폭력 예방 및 대응 방법(9.8%), 이성친구 사귈 때의 행동과 예절(8.7%) 등 실제적인 성 관련 지식 및 올바른 성 가치관과 관련된 내용이 꼭 다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성인권 교육이 지금보다 더 활성화되어 별도의 성교육 시간(46.7%)을 통해 더 많이(1년 평균 5.9회) 진행되기를 바라며, 수업 운영 방식 또한 재미있는 설명을 통한 수업(63.8%), 다양한 교재와 체험이 있는 수업(19.0%), 자유로운 토론과 발표가 있는 수업(16.8%)으로 바뀌면 좋겠다고 응답하여, 교육 방식과 콘텐츠 측면 모두의 변화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따르면 청소년의 성은 신체적‧심리적‧사회적‧윤리적‧문화적 차원을 모두 고려해 복합적으로 이해되어야 하며, 청소년들이 성에 대해 올바른 가치관과 태도, 지식과 기술을 갖추기 위해서는 청소년의 발달 시기에 따라 적합하고 실질적인 내용으로 구성된 성교육이 효과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유네스코(UNESCO)가 2018년 발표한 ‘국제 성교육 가이드’에서 권고한 ‘포괄적 성교육(CSE)’은 인간의 생애에서 성과 관련된 모든 경험을 포괄하여 다루며, 연령(5-18세)에 따른 점진적인 교육 내용을 누적 가능한 형태로 제공한다. 포괄적 성교육에서 제시하는 교육 내용은 관계, 가치‧권리‧문화‧섹슈얼리티, 젠더 이해, 폭력과 안전, 건강과 복지를 위한 기술, 인간의 신체와 발달, 섹슈얼리티와 성적 행동, 성 및 생식 건강 등의 핵심 개념들과 관련된다. 이러한 포괄적 성교육 차원에서 <부산지역 청소년 성문화 실태조사, 2021>의 다음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우리 청소년에게 적합한 성교육을 마련하는 데 많은 사회적 변화와 수고가 요구될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자료에서 청소년들은 전통적인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 측면에서는 남녀 모두 높은 양성평등 인식을 보이지만, 여성차별 및 혐오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성별 차이가 비교적 큰 편으로 여성 청소년들은 사회 속 여성의 차별이 심각하다고 응답했으며, 남성 청소년들은 갈등 상황에서 자신들이 역차별의 위험에 놓여있다고 응답하였다. 결과적으로 우리 청소년의 성문화에는 균열과 간격이 존재하며 특히 남녀 간 극명한 인식의 차이는 학문, 교육, 정책 차원에서의 노력과 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인용서식 : 고지영, 데이터언박싱 : 청소년의 성문화, 이제는 우리가 답할 때, KOSSDA newsletter92, 2024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