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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언박싱

여전히 뜨거운 감자, 노동조합과 노사관계

  • 작성자KOSSDA
  • 작성일2024.04.24
  • 조회수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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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4년 4월 17일,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회사 창사(1969년) 이래 처음으로 쟁의행위를 결정하고 집회를 열었다. 임금인상률과 휴가제도를 놓고 사측과 입장 차이가 있었으며 회사의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대한 존중 없는 태도가 문제적으로 지적되기도 하였다. 지난 3월 28일에는 서울시 시내버스 기사들이 속한 노동조합이 근무 환경 악화와 임금인상률을 놓고 사측과 협상을 했으나 결렬되어 하루 동안 파업을 한 적도 있다.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단체이며, 노조활동은 협상을 통해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본가와 대립하는 노동자의 주요 사회조직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2. 이번 데이터 언박싱에서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인 노동조합(과 노조활동)과 노사관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첫째, 코스다가 서비스하는 자료의 범위를 고려하여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이뤄진 조사들을 약 10년 단위로 나누어 조사 시점별로 목적과 조사 대상, 그리고 주요 질문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이를 통해 각 시기별 사회 맥락에서 우리 사회가 노동조합과 노사관계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었는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우리 사회가 노동조합과 그 지도부에 대해 어느 정도의 신뢰도를 보이는지 살펴볼 것이다. 노동조합과 노동조합 지도부에 대한 신뢰 정도를 10년 또는 20년 동안 지속적으로 조사한 데이터를 통해 노동조합 및 노조 지도부에 대한 신뢰 정도를 연령별로 살펴보면서 사회집단별 인식 차이를 함께 조망할 것이다.
3. 우리 사회의 노동조합과 노사관계에 대한 인식변화: 1970년대~2000년대
3.1. 1978년 서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가 수행한 <한국 노동자와 관리자의 직업의식과 노사정책에 관한 조사>는 노사관계에 대한 우리의 오래전 인식을 담고 있다. 이 조사의 목적은 “한국 노동자와 관리자의 노동관 및 직업관을 파악하여 효과적인 노사정책 수립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당시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기업체 노무직 근로자(육체노동자, 기능직 종사자)와 사무직 종사자(사무, 행정, 관리직)’ 984명을 대상으로 조사되었다. 당시 응답자의 절반 정도(50.7%)는 노동조합을 ‘근로자의 임금,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라는 정의에 동의하였다. 하지만 응답자의 30.6%는 ‘근로자에게 별로 이익이 되지 못한다’에 응답하였다. 이 답변은 응답자의 직장 내 노동조합 가입 여부에 상관없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직장 내 노동조합 가입 여부에 따라 즉, 노동조합에 가입한 경우(53.6%)와 가입 안 한 경우(51.5%) 모두 절반 정도는 노동조합이 ‘근로자의 임금,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이다’라고 응답했다. 하지만 노동조합 가입자의 32.9%는 ‘노조가 근로자에게 별로 이익이 되지 못한다’에 응답하면서 비조합원의 해당 응답률 28.1%보다 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노조에 대한 기대와 실제 사이의 괴리를 노조원이 인식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3.2. 1987년 서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에서 <한국의 노사관계 및 직업윤리 조사, 1987>를 실시하였다. 조사의 목적은 “새롭게 형성 중인 한국인의 직업윤리를 탐색하고 실정에 맞는 노사관계를 정립하는데 필요한 기초자료를 마련하고자 실시”한 것이다. 당시 한국 사회는 노동 3권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받기 위해 대규모의 노동운동이 진행되었던 시기이다. 이 조사의 대상자는 근로자, 경영자, 노조간부와 함께 노동부 본부 및 지방 사무소의 노동 행정담당자를 포함하고 있어 노동운동에 대한 당시의 다양한 인식을 살펴보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대상자별 공통점과 차이점이 몇몇 문항에서 잘 드러난다. 먼저, 1987년 당시 빈번히 일어났던 근로자의 집단행동에 대한 의견은 응답자가 모두 같은 입장을 보였다. 응답자별로 근로자의 55.5%, 노조 간부의 65.6%, 노동 행정 담당관의 51.9%가 집단행동을 ‘최선의 방법은 아니지만 불가피한 일이다’라고 응답한 것이다.
  응답자별 차이를 보이는 지점은 노동3권이 보장된 후 근로자의 행동에 대한 예측에서 나타난다. “노동3권 완전 보장 시 근로자들의 행동 변화”을 묻는 질문에서 노조간부(88.2%), 근로자(77.3%), 경영자(46.8%)의 순서로 “보다 신중해져 타협과 공존을 찾을 것이다”는 응답을 하였다. 이와 달리 노동 행정 담당관의 51.3%는 근로자의 행동 변화에 대해 “그동안 억압되어 왔음으로 과격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다”라고 응답하였다. 종합해보면 노동운동과 민주주의 열기가 한창이었던 당시 사회적 맥락에서 노조활동이나 집단 행동은 불가피한 것이면서 동시에 노동3권 보장과 같이 노동자의 권리로 인식되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노동운동의 정도와 집단행동 방식에 대해서는 국가, 근로자, 경영자의 입장에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3.3. 1996년의 일명 ‘노동법 개정 파문’은 우리 사회의 경제력이 향상되고 자본주의 발전이 가속화됨에 따라 노사관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노동법 개정이 자본의 규제 완화와 유연 생산 체제로 방향을 잡으면서 노동운동은 총파업의 형태를 보이며 당시 민주주의 운동의 핵심으로 이해되었다. 이러한 시대적, 사회적 맥락에서 한국노동연구원은 기업(4월 조사)과 일반 국민(8월 조사)을 대상으로 노사관계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하였다.
  먼저 4월에 실시된 <노사관계 제도 개선에 대한 의식조사, 1996>는 기업의 노사담당자(588명)를 대상으로 당시 노사관계의 문제와 쟁점을 조사하였다. 노조에 대한 기업의 인식은 대부분의 문항에서 인정, 동반자, 상호 이득 등 긍정적으로 대답하였다.
  이어서 8월에 실시된 <노동관계법 개정에 대한 국민여론조사, 1996>는 만 20세 이상 성인(1,554명)을 대상으로 조사되었다. 조사 결과 일반 국민의 당시 노동법에 대한 주된 인식은 ‘현재 노동법이 근로자와 사업장의 이해관계 반영을 잘하지 못하고 있으며(76.2%)’, ‘노동법 개정 필요성에 대해서도 바꿔야 한다(76.4%)’는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노동법 개정 방향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주력(28.2%)’하기 보다, ‘근로자의 권익을 강화하는데 주력(57.1%)해야 한다’고 응답하였다. ‘근로자의 권익과 기업의 경쟁력 다같이 높여야 한다’는 응답은 14.5%에 그쳤다.
  위의 두 조사로 미뤄보면 상호 인정에 기반한 동반자적 관계라는 새로운 노사관계의 필요성과 노동자의 권익을 위한 노동법이 사회적으로 요구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거시적인 흐름과는 별개로 구체적인 노사관계나 노동자 권익을 확보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입장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위의 4월(기업 대상)과 8월(일반인 대상) 조사에서 당시 주요 쟁점 사항이던 ‘새로운 노동조합 설립의 인정’ 질문에 대해 기업(노사 담당자)과 일반인들은 서로 다른 의견을 보이고 있다. 기업의 노사담당자 67.4%는 신규 노조설립과 같은 복수노조 허용에 반대하였다. 유사한 질문에 대해 일반인들은 근로자의 단결권 보호를 위해 복수노조허용에 찬성하는 비율(57.6%)이 반대하는 비율(40.3%)보다 높게 나타났다.
3.4. 1997년 IMF라는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구조 조정과 정리 해고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졌으며, 2000년대에 들어서는 변화된 노동 환경과 노사관계를 이해하기 위한 조사들이 실시되었다. 그 중에서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실시한 <인적자원관리 및 노사관계 설문조사, 2000>-이 조사는 사업장 패널 예비조사이다-는 조사 대상자를 인적 및 인사관리 담당자, 노사관계 담당자, 근로자 대표, 근로자로 확장하여 조사하였다. 대상자별 주요 질문도 차별화되어 설계되었는데, 특히 인적자원관리 담당자에게 사업체의 일반적인 현황을 질문하고 관련 자료를 수집함으로써 노사관계와 노조활동이 노동자 개인의 선택뿐만 아니라 기업 조직이 노동 시장에서 차지하는 구조적 위치와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한국노동연구원의 <대·중소기업 사업체의 노사관계 현황 및 추세>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노조 설립비율’, ‘노조조직률’, ‘단체협약적용’ 모두 높고, 무노조 사업체에서 근로자의 권익을 위해 활동하는 ‘노사협의회’ 활동도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더 실질적인 활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 우리 사회의 노동조합 및 노동조합 지도층에 대한 ‘신뢰’ 변화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과 함께 노사관계 및 노동운동이 변화해 오는 동안 이들의 역할과 수행에 대해서 우리 사회는 어떤 평가를 하고 있을까? 이를 위해 비교적 장기적인 조사이면서 노동조합 및 노동조합 지도자에 대한 신뢰 문항을 포함한 조사자료를 살펴보자. 한국행정연구원의 <사회통합실태조사>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신뢰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조사 시기별 신뢰의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2013년 42.0%이던 것이 점차 하락하다가 2016년에 39.5%로 소폭 상승 후 다시 하락하였으며 2020년(43.7%)부터 2021년(47.8%)까지 상승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2022년부터는 다시 하락하여 2023년에는 신뢰 정도가 37.7%에 그쳤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40대가 대부분의 조사 연도에서 전연령층 중 가장 높은 노조 신뢰를 보였다. 특히 ‘19세~29세’ 연령층은 2023년 조사에서 39.1%로 연령대별 가장 높은 노조 신뢰를 보이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또한 직전 연도 대비 노조 신뢰 하락 폭은 20대가 2.5%p로 다른 연령층에 비해 하락폭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30대 : 7.9%p 하락, 60대 이상 : 6.2%p 하락, 40대 : 5.7%p, 50대 4.7%p 하락).
  성균관대학교 서베이리서치센터의 <한국종합사회조사(KGSS)>는 20년 동안(2003년~2021년) 노조 지도층에 대한 신뢰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잘 보여준다. 이 조사는 2003년부터 우리 사회 주요 사회기관 20여 개에 대한 신뢰 정도를 조사 해오고 있으며 ‘노동조합 지도층’에 신뢰도 이 조사 항목 중 하나이다. 이 신뢰의 변화를 살펴보면, 2003년과 비교하여 최근에 들어 신뢰 수준이 하락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징적인 것은 20대(19세 ~ 29세) 연령층이 2013년을 제외하고-이때는 40~49세 연령대가 72.6%로 가장 높은 신뢰를 보였다-전 조사기간 동안 가장 높은 비율로 노동조합 지도부를 신뢰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20대와 30대가 전체 조사기간 중 전체 평균보다 높은 신뢰 정도를 보이고 있으며, 40대와 50대는 평균에 근접하면서 특정 연도에 등락을 보이고 있다. 60대 이상은 전체 조사기간 동안 전체 평균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 노조 지도층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고 있다.

5. 나가며

  이번 데이터 언박싱에서는 우리 사회의 노동자 권리 문제를 노동조합과 노사관계 그리고 관련 제도에 대한 사회 신뢰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특히 코스다가 소장하고 있는 오래된 조사자료와 관련 주제에 대한 종단자료 및 반복 횡단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변화하는 시대적, 사회적 맥락에서 노동조합과 노사관계, 그리고 노동운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추적하였다. ‘비동시성의 동시성’으로 설명되는 우리 사회의 급속한 성장 특히 경제 성장을 생각할 때, 노동자 권리라는 거시적 차원의 사회적 합의와 함께 노동 시장의 다양한 주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자유롭게 내고 노동조합과 노사관계를 통해 상호 존중과 의미있는 타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미시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용서식 : 반미희, 데이터언박싱 : 여전히 뜨거운 감자, 노동조합과 노사관계, KOSSDA newsletter91, 2024년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