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스타그램 영상(IGTV)으로 보기 '돌봄노동과 돌봄노동자'
1. 돌봄 노동이라는 말은 코로나 시국을 지나면서 우리에게 더욱 빈번하게 그리고 절실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이것은 가사노동, 육아, 노인 돌봄 등과 같이 전통적으로 여성이 가족 내에서 수행해 왔던 것으로 지금 갑자기 등장한 것은 아니다. 물론 이러한 전통적인 의미에 더하여 육아와 가사노동이 부분적으로 시장화되어 민간시장에서 서비스로 거래되기 시작했으며 2008년에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실시를 계기로 돌봄 노동을 위한 전담 요양기관이나 요양보호사가 제도적 지원을 받아 서비스되기 시작했다. 코로나 시국을 거치면서 나타난 육아대란과 아동학대, 노인요양시설의 문제 등은 우리가 발전시켜온 돌봄 노동 즉 가족과 시장에 걸쳐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으며 하나의 정의로 규정하기 어려운 돌봄 노동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이번 데이터 언박싱에서는 돌봄 노동과 돌봄 노동자를 주제로 하여, 분절적이면서 동시에 시장화의 압력에 놓여있는 우리의 현재를 살펴보고자 한다.
2. 돌봄 노동 중에서 아동 양육과 돌봄은 특히 코로나 시국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수업이 온라인으로 전환되고 방과 후 교실이나 돌봄 서비스가 멈추면서 아동 돌봄은 다시 각 가정의 자녀 양육 문제로 돌려지게 되었다. 이로 미뤄볼 때 아동 돌봄은 시장화된 서비스에 크게 의존하고 있지만 가족 특히 여성이 책임을 지고 있는 방식임을 알 수 있다. 관련 연구데이터들은 아동 돌봄에 대한 높은 사회적 관심과 시장적 수요를 예측하는 데 주로 집중되어 있는데 실제로 2012년 주 5일제 수업 실시와 「아이돌봄 지원법」 시행을 계기로 각 지자체 연구원은 아동 돌봄에 대한 수요 조사와 이용 실태 파악, 그리고 정책 수립을 목적으로 관련 연구 자료를 생산하였다.
- 부산지역 자녀돌봄서비스 이용실태조사, 2019. 부산여성가족개발원
- 경기도 초등자녀 방과후 돌봄실태조사, 2012.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부산지역 자녀돌봄서비스 이용실태조사, 2019> 자료의 이용문헌(연구보고서)을 살펴보면 부산인구 전체에서 아동이 차지하는 비율은 전국 평균과 비교하여 낮으며 아동 돌봄은 기관서비스로 제공되는 돌봄 및 양육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서비스 대상자별로 나눠보면 영유아의 81.1%와 초등학생의 10.6%가 기관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며 초등학생의 돌봄은 학원 등의 교육기관에 많은 부분이 할당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아동 돌봄이 각 가정으로 돌려졌을 때 이를 여성의 책임으로 보거나 여성이 일과 돌봄 중에 선택을 해야 하는 현실은 아동 돌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분절적 인식-사회적 돌봄 vs. 개별적 가정의 책임 vs. 여성의 책임-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3. 한편, 인구의 고령화와 함께 나타난 노인 가구 증가와 노인부양에 대한 사회적 규범의 변화는 노인 돌봄에 대한 사회적 해결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게 하였다. 특히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실시와 요양보호사의 배출은 노인 돌봄에 대한 시장적 준비-수요와 공급의 차원에서-가 잘 되어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아동 돌봄 서비스가 멈추고 개별 가정이 이를 떠맡는 상황과 비교하여, 노인 돌봄은 요양보호사가 대면 접촉을 기본으로 멈출 수 없는 필수 노동을 수행해야 하는 것으로 기대되었고 실제 그랬다. 노인과 노인 돌봄노동자가 취약한 상태에 노출된 것은 말할 것도 없으며 노인 돌봄의 문제를 고용된 돌봄노동자의 서비스로 환원하는 방식은 우리 사회가 노인 돌봄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 지 잘 보여준다. <노인요양시설 돌봄서비스에 관한 인터뷰 조사, 2010> 자료는 코로나19 이전에 조사된 것이지만 노인 돌봄의 시장적 성격과 노인 돌봄 노동자에게 요구되는 ‘가족적 돌봄’의 부조화를 잘 보여주고 있다.
4. 돌봄 노동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가사노동을 살펴보자. 가사 노동자는 전통적인 가사노동을 시장에서 서비스로 제공하며 비공식적인 민간 시장 의존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가사노동은 전통적으로 사적인 공간에서 친밀한 관계에 기반하여 배려와 상호존중을 전제로 제공되는 ‘값을 매길 수 없는’ 노동이었지만 자본주의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값싼 노동력으로 시장에 편입되었다. <가사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2015>자료에 따르면 가사노동자는 노동법이나 사회보장제도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을 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필요에 따른 호출 방식의 계약이 고용의 불안전성과 일의 감시 및 통제를 가져와 이들의 근로 환경을더욱 열악하게 만드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또한 가사노동이 특화되어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다는 생각과 달리 가사노동은 육아와 구분되기 어려운데 실제로 <경기도 아이돌보미의 서비스 공급 실태조사, 2014> 자료를 보면 아이돌보미로 양성되는 돌봄 노동자의 95% 이상이 “바쁜 엄마가 측은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가사 노동을 함께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 돌봄의 문제를 두고 시장화된 수요와 공급이라는 기획을 하는 것은 돌봄 노동과 돌봄 노동자를 다루는 연구데이터로 미뤄볼 때 특정 부분만 강조되었거나 돌봄 문제를 시장적 해결로 치환하려는 사회적 이해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돌봄 노동은 가족과 시장에 걸쳐서 분절적인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여기서 돌봄의 문제는 전통적인 ‘값을 매길 수 없는’ 일이라는 이상화된 이미지와 가격이 차별화되어 있는 시장서비스라는 현실 인식 그리고 코로나19로 새롭게 부상한 사회적 돌봄에 대한 반성 사이에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인용서식 : KOSSDA, 데이터언박싱 : 돌봄노동과 돌봄노동자, KOSSDA newsletter57, 2021년 6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