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스타그램 영상(IGTV)으로 보기 '다문화 사회로 가는 한국사회와 그 구성원들의 목소리'
1. 우리 사회의 인구 구성은 점차 다문화 사회에 가까워지고 있다. 2006년 주민등록인구 대비 1.1%에 불과했던 외국인 주민은 2019년에는 국내 총인구의 4.3%로 4배가량 증가하여 학계의 다문화 사회 분류 기준인 5%에 근접해가는 중이다(행정안전부, 2019 지자체 외국인주민 현황). 이러한 다문화 구성을 들여다보면 한편으로는 비교적 유동성이 높은 외국인 근로자와 유학생 집단이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다문화 혼인 비중 증가에 따른 지속적인 외국인 유입과 다문화 출생 비중의 증가가 다문화 사회를 견인하고 있다.
2. 이번 데이터 언박싱에서는 KOSSDA가 제공하는 다문화 관련 연구 데이터를 이용하여 다문화 사회의 외형을 갖춘 우리 사회가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는 방향(샐러드볼 이론)과 하나의 새로운 동질성을 지향하는 방향(용광로 이론) 사이의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는 지를 가늠해보고자 한다. 언박싱에 이용된 데이터는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 유형별로 조사된 한국 사회 적응에 관한 것이다. 이와 함께 한국인들의 다문화·외국인 수용에 대한 인식과 태도 조사가 선별되었다. 과연 우리 사회는 조화로운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준비가 어느 정도 되어있을까?
3-1. 외국인 주민 유형별 한국 사회 적응에서 가장 먼저 살펴볼 집단은 외국인 근로자이다. KOSSDA가 제공하는 <이주노동자 사회통합에 관한 인터뷰 조사, 2011>를 살펴보면,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고 한국인과의 사회적 관계를 확장함에 있어서 부족한 한국어 능력과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해의 부족은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언급되었다. 특히 아래의 인터뷰 전사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일터나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의사소통의 어려움이나 문화적 차이, 그리고 이에 더해지는 인종적 편견은 곧 차별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이 인터뷰 자료의 이용문헌인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다민족·다문화 사회로의 이행을 위한 패러다임 구축(Ⅴ): 노동이주 추이와 사회통합정책의 과제」 보고서(2011)를 살펴보면,이주노동자들의 사회적 관계는 체류기간이 길어질수록 모국인 중심의 사회적 관계가 견고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3-2. 결혼이주여성은 다문화 사회 연구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집단으로 이들의 한국 사회 적응에 대한 조사는 우리 사회의 다문화 지향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 KOSSDA가 제공하는 <대구경북지역 결혼이주여성 문화적응 실태조사, 2011>는 결혼이주여성들의 사회적 관계, 문화적응 방식, 문화적응 스트레스, 정신건강, 생활만족도 등을 조사하였다. 아래 [표 1]은 조사 결과의 일부분을 보여주고 있는데 한국인 배우자와 그 가족관계를 중심으로 생활하는 결혼이주여성들은 가족 이외의 한국인들과의 교류나 사회적 관계의 형성이 매우 부족한 것으로 나타난다. 결국 우리 사회는 이들이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사회에 적응해가는 데 필요한 적절한 자원과 지지의 제공에 거의 무관심함을 알 수 있다.
해당 데이터의 이용문헌인 김현실의 「결혼이주여성의 문화변용, 문화 적응 스트레스 및 우울의 관계」 논문(2012)은이들의 문화적응 유형이 분리(separation), 주변화(marginalization), 동화(assimilation), 통합(integration)의 순으로 나타났음을 보여주는데, 이는 결혼이주여성들이모국의 문화적 가치와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한국 사회의 문화를 개방적으로 수용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시사한다.
3-3. 다문화가정의 자녀를 대상으로 한 연구도 다문화 사회와 관련하여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 중에서 이들의 가족/심리/학교생활/교우관계 등의 다양한 특성과 비행실태를 함께 조사한 <다문화가정 청소년과 일반가정 청소년의 비행실태 비교조사, 2012>에 따르면, 자신의 정체성이 한국인이라고 생각하는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은약 63%에 불과하였다[표 2]. 또한 응답자의 28%가 다문화가정 출신이라는 이유로 놀림이나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이들은 일반가정 청소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사회경제적 상황에 처해 있으며, 불안정한 가족관계 속에서 방임이나 갈등을 경험하는 한편, 심리적 특성/학교생활/미래에대한 희망 등의 조사항목들에서도 다소 부정적인 경향을 보인다[그림 1]. 이 자료로 미뤄볼 때 청소년 교육과 성장에 어떤 사회보다 관심이 높은 우리 사회가 이들을 어떻게 품을 것인가 하는 큰 과제가 주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4. 한편, 한국인들의 다문화·외국인에 대한 인식은 매우 이중적이다. <한국인의 의식 및 가치관 조사, 2013; 2016; 2019>에 의하면 한국인들은 우리 사회를 다문화 사회로 인식하는 비율이 높으며 그 인식도 긍정적임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인들은 우리나라가 다문화 국가라는 의견에는 약 64%가 동의하였고(2013), 70% 이상의 응답자가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였다고 응답하였으며(2013, 2019), 외국인에 대한 법적 보호 및 다문화 가정 자녀에 대한 사회적 배려의 필요성에 공감(2013, 2016)한다는 응답이 높았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외국인에 대한 불신과 차별도 높아 “국내 거주 외국인을 신뢰하지 않는다”가 88%(2019), “같은 외국인이라도 인종이나 국가에 따라 다르게 대한다”가 62%(2019)로 나타났으며, 국부 유출/범죄율 증가/국가결속력 저하에 대한 우려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부정적 시각 또한 높은 수준인 것으로 조사되었다(2016).
5. 지금까지 다문화 사회라는 외형을 갖춘 우리 사회가 어떤 다문화 특성과 방향성을 보이는 지 살펴보았다. 이번 데이터 언박싱에서 우리는 급격한 다문화 사회로의 전환에 반응하는 보수적 ‘단일민족주의’와 이를 견뎌내고 있는 다양한 외국인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며, 점차 다문화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개방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문화 사회의 최근 논의는 지금까지의 외국인 주민 유형 분류를 넘어 인종, 민족, 국가, 종교 등과 교차하면서 보다 복잡하고 역동적인 것으로 진화하고 있다. 다문화 사회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연구가 계속해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인용서식 : KOSSDA, 데이터언박싱 : 다문화 사회로 가는 한국사회와 그 구성원들의 목소리, KOSSDA newsletter58, 2021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