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과정 구분
과정 카테고리
태그
검색어

데이터언박싱

비주택 거주민 실태조사와 정책적 개입지점

  • 작성자KOSSDA
  • 작성일2022.09.28
  • 조회수145
  • 신고하기

☞ 인스타그램 영상(IGTV)으로 보기 '비주택 거주민 실태조사와 정책적 개입지점'

 

1. 지난 8월의 기록적인 폭우는 기후 변화와 이로 인한 재난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으며, 특히 우리는 이것을 서울 한 반지하 거주 가족의 참사 소식으로 기억하게 되었다. 외신들은 영화 <기생충>의 반지하 이야기가 실제 현실에서 일어났다고 보도하기도 하였다. 반지하를  특정한 주택 유형으로 본다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이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지하의 역사와 제도 그리고 일상이 함께 있는 나라는 우리가 거의 유일하다고 알려져 있다. 반지하는 1970년대 건축법에 의해 전쟁 같은 유사시에 활용하기 위한 방공호로 지어졌다. 이후 산업화와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주거 목적으로 활용되는 반지하가 법적으로 허용되어 1980년대에는 일반화되었다. 최근에는 상습침수 지역에서의 반지하 신축 금지 등으로 주거용 반지하를 관리하기 시작하였다.

2. 이번 데이터 언박싱에서는 KOSSDA가 제공하는 자료 중 ‘비주택’(적절한 주거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열악한 거처를 포괄적으로 지칭) 거주민의 실태 조사를 살펴보고자 한다. 언박싱 대상 자료는 <비주택 거주민 실태조사, 2009><비주택 거주민 실태조사, 2018> 이다. 이 자료를 통해 주거 취약층의 거주 유형과 거처 선택 이유(생활하는 이유) 그리고 거처의 물리적 환경과 상태(주거면적, 채광, 통풍·악취, 습기·곰팡이, 해충·위생, 건물 노후화 등)를 자세히 다룰 것이다. 이번 언박싱은 이용 자료의 수가 적고, 조사 설계도 기초 자료조사의 성격을 띠고 있어 논의의 한계는 있지만, 반지하로 대표되기도 하는 주거 취약층이 처한 물질적, 사회적 조건을 스케치하면서 우리가 이들에 대해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 그리고 잘못 알고 있는 것 등을 확인하고자 한다.

3-1. 주거취약층의 거주유형을 살펴보자. 
<비주택 거주민 실태조사, 2009>에 드러난 거주유형은 쪽방(22.7%), 고시원(20.3%), 비닐하우스(19.8%), 여관여인숙(17.4%) 순으로 나타났다. 이어 2018년 조사에서는 여관 등 숙박업소의 객실(35.4%), 고시원/고시텔(33%), 판잣집/비닐하우스(18.2%) 순으로 나타났다. 2018년 조사에서는 2009년과 다르게 일명 ‘쪽방’(보건복지부·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쪽방을 ‘일정한 보증금 없이 월세 또는 일세를 지불하며 0.5~2평 내외의 면적으로 취사실, 세면실, 화장실 등이 적절하게 갖추어지지 않은 주거공간’으로 정의)이 주거유형으로 나타나지 않았는데, 조사 보고서인 ‘비주택 주거실태 파악 및 제도개선 방안(2018)’에 따르면, 쪽방에 대한 정의가 공식화되어 있지 않아 쪽방을 별도의 거주유형으로 분류하기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설문 중 ‘현재의 거처를 쪽방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인식 질문에서 조사대상자 203명 중 155명(76.3%)가 ‘쪽방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3-2. 다음으로 비주택 거주를 선택한 이유를 살펴보자.   
비주택 거주자들의 생활비를 살펴보면 주거에 사용하는 돈이 생활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09년 조사에서는 한 달 생활비 중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는 사람이 64.7%로 압도적이었다. 비록 열악한 거처지만 그나마도 여기에 거주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셈이다. 생활비에서 주거비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식료품비로 18.8%를 차지했다. 2018년 조사에서는 지난 1년간 주거비에 대한 부담을 묻고 있는데, 응답자의 57.7%가 ‘주거비가 부담스럽다(매우 그렇다+그렇다)’고 답했다. 또한 주거비가 부담스럽다고 답한 응답자들에게 ‘주거비 부담 때문에 가구의 식료품비나 식사비용을 줄인 경험’을 물어봤더니, 45.8%가 ‘자주 그런 편이다’, 31.4%는 ‘가끔씩 그런 편이다’라고 답해 80% 가까운 응답자가 생활에 가장 기본적인 식사를 거를 정도로 주거비를 부담스럽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2009년과 2018년 조사에서 현재 거처를 선택한 이유를 질문했을 때, 두 조사 모두에서 1위는 주거비가 저렴하기 때문에, 2위는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되는 일자리가 가까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2018년 조사 보고서인 ‘비주택 주거실태 파악 및 제도개선 방안(2018)’에 따르면, 보증금이 없는 고시원이나 쪽방을 선택하는 주된 이유는 전셋집이나 보증금이 있는 월세를 얻는데 필요한 목돈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또한 보증금이 없거나 적은 숙박업소의 객실이나 고시원 및 쪽방의 경우, 수납장과 같은 가구는 물론이고 최소한의 옷가지나 생활용품을 놓을 공간이 부족할 만큼 비좁고 채광도 되지 않는 열악한 공간이 대부분이었다. 결과적으로 거주민 대부분은 해당 거처를 정주하고 있는 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많았다. 또한 민간임대주택에 비해서는 공공임대주택의 보증금과 임차료가 낮지만, 목돈을 마련하기 어려운 비주택 거주 가구에게는 공공임대주택의 보증금도 적정주택으로 이주하는 데 있어 높은 장벽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임을 밝히고 있다.

3-3. 비주택 거처의 물리적 환경은 어떠한가?  
비주택 거주민들이 자신들 거처의 물리적 상태를 평가한 항목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2009년 조사에서는 주거공간에서의 문제 유무를 묻고 있는데, 환기(56.9%), 채광(56.9%), 냉난방(53.1%), 습기(54.1%), 노후(69.1%), 악취(49.7), 방음(65.7%)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과반이 넘는 비율로 거주공간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2018년 조사에서는 거처의 물리적 상태에 대해 조사하였는데, ‘매우 그렇다’와 ‘그렇다’ 응답의 합이 주거면적(55.9%), 해충·위생(55.7%), 채광(46.3%), 소음(46.3%), 습기·곰팡이(44.3%), 화재위험(41.4%), 통풍·악취(40.3%), 침입취약(36%), 건물노후화(35%), 누수(27.1%) 순으로 나타나, 10개 항목 중 주거 면적이 특히 비좁고 해충·위생상태가 열악하며 채광, 소음, 습기·곰팡이도 그 다음으로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주거환경은 질병등의 건강 문제에 취약하며, 특히 노후되고 열악한 건물 조건으로 인한 습기나 곰팡이, 환기·채광 문제, 불량한 위생상태 등은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려운 특성을 가지고 있다.

4. 이번 데이터 언박싱에서는 지난 8월의 반지하 참사 사건이나 일명 지·옥·고(지하, 옥탑방, 고시원) 주거 문제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주거 취약층 또는 비주택 거주민의 실태 조사를 집중적으로 살펴보았다. 우리 사회에서 주택은 흔히 부동산이라는 재산으로 이해된다. 이번 데이터 언박싱을 통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주택이 일을 하기 위한 베이스캠프이면서 일상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자원적 공간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주거 취약층을 위한 대책은 단순히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에 국한되어서는 충분하지 않으며 고용정책, 공중보건 정책, 안전 정책 등이 함께 개입하여 해법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인용서식 : KOSSDA, 데이터언박싱 : 비주택 거주민 실태조사와 정책적 개입지점, KOSSDA newsletter72, 2022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