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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언박싱

10·29 이태원 참사가 소환하는 우리 사회의 재난과 위기

  • 작성자KOSSDA
  • 작성일2022.11.30
  • 조회수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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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10월 29일 이태원 거리에서 핼러윈 축제를 즐기던 158명이 숨지고(외국인도 14개국 26명이 희생되었다), 20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우리는 이를 10·29 참사로 부르며 코로나19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점에서 일어난 가슴 아픈 기억으로 되새기고 있다. 이 참사를 두고 진상규명 조사와 정치권의 책임 공방이 치열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다른 한편에는 희생자에 대한 사회적 애도 방식과 사회적 트라우마 극복 방법에 대해 사람들이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10·29 참사는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1995년 삼풍백화점 사고와 비교되며, 단일사고 인명피해 규모에서는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 참사는 서울 도시의 일상적인 공간에서 일상적인 활동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그 성격이 복합적이며 피해는 치명적이고 광범위하다. 또한 그 영향력은 끝을 알 수 없으며 회복이 가능한지도 알 수 없다.
2. 흔히 '고통을 말로 표현하는 행위'는 우리가 그 일을 직시하고 이것과 거리를 가지게 함으로써 고통과 불안정의 감정을 덜어준다고 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번 데이터 언박싱은 KOSSDA가 제공하는 '재난과 안전' 관련 연구 데이터를 큐레이션 하면서 우리 사회의 위기와 재난은 어떤 구조와 문화 속에서 만들어지며 그 결과는 어떻게 이해되었는지, 그리고 우리는 어떤 대응을 발전시켜왔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언박싱에서 구체적으로 다룰 내용은 우선 우리 사회의 안전 정도와 안전의식 그리고 안전문화에 대한 것이다. 다음으로 재난과 안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응과 대처, 특히 정부의 대처 능력을 살펴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위기와 재난 상황에 관여하는 실무담당 공무원들(현장과 행정 실무자들)의 위험 노출과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들여다 보면서 위기와 재난의 다차원적 면모를 살펴볼 것이다.
3. 우리는 우리 사회를 얼마나 안전하다고 인식하는가? 그리고 안전한 사회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한국인이 바라본 사회문제, 2020><안전문화운동에 대한 인식조사, 2015>에서 조사된 우리 사회의 안전 정도에 대한 인식은 각각 10점 만점에 평균 6.3점과 7.2점으로, 전반적인 사회 안전성에 대한 평가는 낮지 않은 편이다. <안전문화운동에 대한 인식조사, 2015>에서는 우리 사회의 안전의식 수준에 대한 평가가 높음 16.9%, 보통 49.0%, 높지 않음 34.1%로 부정적인 인식이 더 높게 나타난다. 
우리 사회가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는데 방해가 되는 것은 <안전문화운동에 대한 인식조사, 2015>에 따르면 안전행동 및 안전참여의 부족(33.4%), 안전의식 및 안전문화의 부재(28.1%), 안전교육 및 대국민 홍보 부족(16.4%) 등이 언급되었다(아래 그림 참조). 한편, 관련 법령 및 제도 미비에 대한 문제의식은 3.8%에 불과하여, 제도나 시스템의 보완보다는 안전이라는 사회적 가치에 대한 합의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안전문화와 사회 구성원들의 참여가 우선순위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의 안전의식을 서술할 때 '안전불감증'은 핵심어로 거론되는데, <안전문화운동에 대한 인식조사, 2015>에서도 안전불감증이 안전의식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나타났으며(67.1%) 적당주의 의식(10.1%), 빨리빨리 서두르는 습관(9.5%) 등이 그 뒤를 따랐다(그림 참조).
안전의식에서 안전불감증이 차지하는 비중은 <안전사각지대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 2015>에서도 확인된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4점 만점으로 측정된 조직별 안전불감증 점수가 정부 및 공공기관 3.33점, 민간기업 3.29점, 일반국민 3.26점으로 나타나 우리 사회 전 부문에 안전불감증이 만연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4. 재난·안전 에서 우리 사회의 대처 특히 정부의 역할과 대처 능력에 대해 살펴보자.
<재난안전관리에서 정부의 역할에 대한 인식조사, 2016>에 의하면, 국민들은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묻는 질문에 대해 범죄 예방(92.8%), 테러 예방(92.3%), 경제성장(92.0%), 재난 대응(86.3%), 국가기반시설 건설(83.9%)의 순으로 응답하였으며, 이로써 정부의 주요 역할이 안전과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같은 조사에서 정부 역할 수행 만족도를 재난·안전 분야로 좁혀서 살펴보면 정부 역할에 대한 긍정 평가는 집단 특성에 따라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인다. 우선 일반인과 전문가를 비교할 경우 정부 역할에 대한 긍정평가는 테러 예방 분야는 일반 43.7%, 전문가 69.3%, 범죄 예방 분야는 일반 36.3%, 전문가 55.4%, 재난 대응 분야는 일반 22.9%, 전문가 19.8%로 나타나, 테러 및 범죄 예방 분야에서 일반 국민과 전문가 집단의 평가 차이가 크게 나타났으며, 재난 대응 분야에 대해서는 두 집단 모두 정부 역할에 아주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으며 전문가 집단이 더 부정적이었다.  
한편, 정치 성향에 따른 정부 역할 평가를 살펴보면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재난·안전 분야의 세 영역을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하여(테러 예방 60.8%, 범죄 예방 58.1%, 재난 대응 50.7%)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의 부정적인 평가(테러 예방 32.9%, 범죄 예방 35.0%, 재난 대응 12.1%)와 대조를 보인다. 특히 재난 대응 항목에서 이들의 긍정 평가는 각각 새누리당 50.7%, 더불어민주당 12.1%로 가장 큰 차이를 보이며 전문가 집단의 평가(19.8%)와 비교해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동 자료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이와 같이 재난 대응 분야의 만족도 평균이 낮은 이유는 당시 세월호 사고의 정부 대응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평가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일반 국민들은 사회 안전과 보호를 위한 정부 책임 정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만족도는 어떠할까? 앞에서와 같은 자료(재난안전관리에서 정부의 역할에 대한 인식조사, 2016)에 따르면 대부분의 재난 상황 특히 최근에 등장하는 재난 유형을 중심으로 정부의 높은 책임을 기대하고 있으나 실제 만족도는 낮게 나타남을 보여 준다(그림 참조).
<정부역할과 삶의 질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2019>를 살펴보면, 국민들은 정부의 재난·안전관리 공공정책의 수행 능력을 5점 만점에 3.22점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는 13개 분야의 공공정책(평균 점수 3.15점)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4위에 해당하기는 하지만 원점수를 100점 만점으로 환산 시 64.5점으로 그리 높은 점수는 아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국가기관의 능력 중에서 ‘재난 시 신속한 대처 능력’에 대한 평가를 살펴볼 경우, 이보다 더 낮은 59.5점으로 나타나 재난 발생 시 정부의 신속한 대응 및 복구 처리 노력이 미흡한 수준이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국가기관에 더욱 적극적인 책임과 역할을 기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국민들이 생각하는 ‘정부가 책임을 진다’는 말의 의미는 공약에 대한 이행(23.9%), 국가적 현안에 대한 진상규명(20.9%), 책임자 징계 및 처벌(19.5%)의 순으로 높게 나타난다.

5. 마지막으로, 위기와 재난 상황에 관여하는 실무담당 공무원들(현장과 행정 실무자들)의 위험 노출과 어려움을 살펴보자.

<재난안전 실무자의 직무 스트레스 실태조사, 2016>는 당시 국민안전처 소속 재난안전 현장실무자와 행정실무자, 즉 일반 행정직 공무원과 소방공무원 및 해양경찰 공무원을 대상으로 이들의 직무 스트레스, 직무만족과 조직몰입도를 조사하였다. 직무 스트레스는 직무요인, 조직요인, 그리고 조직 외 환경요인으로 나누어 설문조사하였다. 
아래의 그림처럼 직군에 따른 업무 스트레스 요인을 비교해보면, "소방직이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 업무 스트레스는 재난현장에서 1차적으로 경험하는 안전위협과 육체적 피로와 같은 직무위험성 요인에 의해 유발되었다. 다른 직군에 비해 국민적 신망이 두터워 사회적 평판이나 미디어 등의 외부 환경에는 크게 영향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일반직의 경우 타 직군에 비해 "국민안전처 설립에 따른 갑작스런 조직이동과 함께 직무압박, 조직문화 등에 의한 업무 스트레스를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직무 스트레스 요인 중 조직요인이 조직몰입 및 직무만족과 가장 높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직무 스트레스나 조직 외 환경 스트레스 요인보다는 인간관계, 의사소통, 보고체계 등과 같은 조직요인에 의한 스트레스 관리 노력이 필요하다"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6. 이번 데이터 언박싱은 우리 사회의 재난과 위기가 더 이상 단기간 내에 명확한 진단과 책임 및 처벌의 프레임으로 이해되기에는 무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는 재난 위에서도 – 심지어 재난이 발생한 직후에도 – 빠르게 분화 및 전문화되고 있으며, 우리 삶의 기준이 된 합리주의와 개인주의가 실제로는 취약한 사회적 신뢰 위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도 잘 보여주었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10·29 참사를 직접 지켜보고 이를 취재했던 한 외국 기자는 한 인터뷰에서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그리고 자신이 주로 생활하는 이태원에서 일어난 이번 참사는 자신에게 트라우마를 남겼다고 말했다. 이 참사에서 문제의 원인을 "빨리" 찾고 이것이 "빨리 없어졌으면" 그리고 "빨리 잊어버렸으면" 하는 우리(한국인)를 향해 이번에는 우리가 달라질 것을 조언하고 있다. 이번 참사는 "복잡한 상황"을 내포하고 있어서 "간단한 솔루션"을 찾으려 해서는 안되며, "빨리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한 번하고 끝나는 숙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야 하며 지금 우리가 입은 "트라우마를 가지고" "계속해서 질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용서식 : KOSSDA, 데이터언박싱 : 10·29 이태원 참사가 소환하는 우리 사회의 재난과 위기, KOSSDA newsletter74, 2022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