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과정 구분
과정 카테고리
태그
검색어

데이터언박싱

우리 사회 청년들의 좌표, 걱정과 부담과 불안

  • 작성자KOSSDA
  • 작성일2023.02.22
  • 조회수208
  • 신고하기
 
1. 대학 졸업식이 한창이다. 코로나 이후 졸업식의 풍경은 많이 바뀌었지만 사회초년생으로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는 청년들을 축하하는 마음은 여전해 보인다. 하지만 이들의 미래를 전망하는 통계들은 대부분 어둡다. 채용규모 축소와 경력직 선호, 불안정한 고용시장 상황 등으로 취업문이 바늘구멍이 되면서, 대학 졸업예정자·졸업자 10명 중 6.5명은 구직을 단념한 상태이다(2022년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 전국경제인연합회). 15~29세 청년층의 체감실업률은 19.9%로 다른 연령대의 7.9~11.3%의 2배 이상이며, 여기에 체감물가상승률 5.2%를 합산해 구해지는 체감경제고통지수 또한 25.1로 다른 연령대의 12.5~16.1 값에 비해 월등히 높다(2022년 상반기 세대별 체감경제고통지수, 전국경제인연합회). 이 결과는 취업난과 생활고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청년층의 경제적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청년들이 사회에 첫발을 딛자마자 혹은 나서기도 전부터 겪게 되는 이러한 사회·경제적 압박은 니트족, 캥거루족, 각종 푸어족 등을 등장시켰으며, 최근에는 우울증 환자 10명 중에 3~4명이 청년일 만큼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겪는 청년들이 급증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들은 더 이상 연애, 결혼, 출산, 내집마련, 안정된 노후 등 당연했던 생애주기 시간표를 부모 세대처럼 실천할 수 없게 되었다.
2. 이번 데이터 언박싱에서는 KOSSDA가 제공하는 청년세대 및 청년문제를 주제로 한 연구데이터를 통해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부담감으로 불안한 삶을 살아가는 청년들이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들을 살펴본다. 청년들의 현실적인 삶을 크게 일자리(취업), 주거비와 부채, 우울과 불안의 측면에서 조망해보고, 아울러 우리 사회가 청년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얼마나 공감하고 있으며, 그 원인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도 함께 살펴볼 것이다.
3. 우선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와 그로 인한 청년층의 경제적 어려움들을 살펴보자. 
  ‘고용 없는 성장’에 따른 2000년 이후의 만성적인 청년실업 문제와 일자리의 양극화 현상은 노동시장에 처음으로 진입하는 청년세대를 양질의 일자리 대신 저임금의 비정규직으로 몰아내고 있다. <사회통합실태조사, 2021> 자료를 재구성한 결과에 따르면, 직업을 가지고 있는 20대 청년들 중 임시·일용근로자의 비중은 13.1%였는데, 이는 30대의 6.6%보다 2배, 40대의 9.4%보다 1.4배가량 높은 수치이다. 이처럼 저임금에 불안정한 고용상황은 곧 청년세대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귀결된다. 
  동일 자료에서 조사된 자신의 현재 경제 상황 안정 정도에 대한 평가 문항에서 20대 청년세대의 점수는 5.34점을 기록하였는데, 이는 전체 평균 5.51점에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전 세대 중에서도 가장 낮은 점수에 해당한다. 이러한 경제적 불안정성의 영향력은 청년들의 ‘끼니거름’으로 잘 확인된다. 동일 조사에서 지난 1년간 경제적 어려움으로 식비를 충당하지 못해 끼니를 거른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비율은 20대에서 2.82%로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30대~50대보다는 2배가량 높은 비율이며 60대 이상의 노인 세대(1.79%)보다도 높은 수치이다. 
  한편,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는 뒤에서 살펴볼 청년들의 주거비 부담이나 높은 수준의 우울 및 불안의 원인으로도 작용한다.
4. 다음으로 청년들의 독립적인 주거 확보와 관련된 문제들을 살펴보자. 
  지금의 청년들은 결혼뿐만 아니라 학업이나 취업 준비, 직장생활을 위해 부모로부터 독립하며 그 기간도 짧지 않고 다양하다. <청년층 생활실태조사, 2019>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만 19~34세의 청년들은 정부에게 바라는 청년지원정책으로 일자리 창출(17.5%)이나 취업 지원(14.4%)보다도 주거 안정에 대한 지원(32.1%)을 1순위로 선택하였다. 이 결과는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자신만의 삶을 꾸리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동시에 주거안정이 청년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동일 조사에서 조사대상인 청년 1,000명 중 부모로부터 독립해 따로 살고있는 경우는 378명에 불과하다. 주거독립 비중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증가하기는 하지만 개인 소득수준이 낮은 경우 부모와 동거하는 비율이 높았으며, 분가하지 않은 이유로는 ‘독립하는데 필요한 주거비를 부담할 능력이 안 돼서’ 46.5%, ‘생활비가 부담돼서’ 7.4% 등 경제적 어려움이 주거독립을 유예하는 요인으로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부모로부터 독립한 청년들의 경우, 분가 이후 식사 마련과 끼니 해결(20.1%), 세탁·청소 등의 가사일(9.5%), 협소한 거주 공간(7.4%) 및 열악한 주택 여건(5.0%) 등과 같은 어려움도 겪게 되지만,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나 생활비와 주거비 등의 경제적 부담(33.3%)이었다. 
  이러한 청년들의 경제적 부담은 부채로 이어진다. 해당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분가한 청년들의 39.9%가 부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부채의 원인은 일상생활 유지를 위한 필수적 비용인 주거비(55.6%)와 생활비(17.9%)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부모와 동거하는 청년들의 20.6% 또한 부채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들 중 절반이 학자금 대출로 인한 것이었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학자금 대출을 받게 되고, 여기에 부모로부터 독립생활을 시작하면서 주거비·생활비 마련을 위한 대출이 더해진다면, 부채 상환 능력이 자산과 소득수준에 비례한다는 측면에서 경제 상황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청년들이 느끼는 채무부담은 더욱 클 것이다.
5. 청년들의 심리/정서적 측면들도 함께 살펴보자. 
  청년세대를 둘러싸고 있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들은 청년들을 계속된 경쟁과 압박, 노력에 비해 적은 성과와 성취감,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놓이게 했고, 이러한 현실 속에서 청년들은 높은 우울감과 불안을 겪고 있다.
  <청년층 생활실태조사, 2019> 자료를 재구성하여 만 19~34세 청년들을 경제활동상태에 따라 학생, 취업 준비생, 취업자로 구분하여 집단별 정신건강 상태를 살펴본 결과, 정신건강의 측면에서 가장 취약한 집단은 취업 준비생이었다. 우선 평소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스트레스의 정도는 취업 준비생이 3.9점, 취업자가 3.8점, 학생 3.6점으로 나타났다. 우울과 불안 수준을 살펴본 결과, 우울 지수는 취업 준비생이 11.3점, 취업자가 9.3점, 학생 9.0점으로 취업 준비생 집단의 우울 지수가 우울증 판정 기준인 10점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 지수는 취업 준비생이 6.4점, 취업자가 5.2점, 학생 4.7점으로 모든 집단이 불안장애 판정 기준인 10점에는 미치지 않았지만, 마찬가지로 취업 준비생의 불안이 가장 높았다. 
취업 준비생 집단의 우울과 불안의 정도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래와 같이 무기력감과 집중력 저하, 좌절감, 불안감, 불면증, 예민한 행동 등이 나타나고 있었다. 특히 우울함 측정 문항 중 역코딩 문항인 ‘비교적 잘 지냈다’와 ‘큰 불만 없이 생활했다’ 항목에서 우울 수준이 높게 나타났고, 불안 수준 측정 문항에서 ‘여러 가지 것들에 대해 걱정을 너무 많이 한다’ 항목의 점수가 높게 나타나 일상생활 속에서 전반적으로 심리적 안정감이 많이 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6.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이러한 청년세대의 어려움들에 대해 과연 얼마나 공감하고 있는가?
  <2019년 신년특집 한국사회 전반에 대한 여론조사, 2018> 자료를 통해 오늘날 청년세대가 겪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사회적 공감 여부와 구체적 인식들을 살펴보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대부분인 약 90%가 헬조선, 3포세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등과 같은 신조어에서 나타나는 청년세대의 고통에 대해 공감(매우 공감한다 42.1% + 대체로 공감한다 47.9%)하고 있었다. 또한 우리나라의 청년세대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로는 비정규직 등 일자리의 질과 고용 차별 41.4%, 일자리의 부족 34.8%, 주거 문제 9.4%, 결혼 문제 7.6%, 등록금 등 학비 부담 4.4% 등을 꼽아, 결국 응답자 4명 중 3명(76.2%)은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를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일자리 부족뿐만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가 충분치 못하다는 문제에 대한 인식과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청년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주된 이유에 대해서는 청년들의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선호 때문이 34.1%, 성장동력 약화로 인한 일자리의 부족 24.2%,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 18.5%, 고용세습 등의 사회 부조리 14.7%, 글로벌 경기불황 5.4% 등 과반수 이상의 응답자들이 청년실업이 개인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에서 발생된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7.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따르면 소위 청년세대들이 겪고 있는 여러가지 문제들은 청년층, 즉 특정 세대(世代)의 문제가 아닌 신자유주의 경제, 세계화, 산업구조의 재구성 등과 같은 시대(時代)의 변화로부터 발생된 것이며, 청년세대들은 이러한 변화들을 받아들임에 있어서 가장 취약한 입장에 있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청년세대의 고통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이미 널리 형성되어 있지만, 청년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사회적 대안이나 정부의 제도적 지원을 마련하는 작업은 아직 현재 진행 중이다. 그렇다고 우리 청년들이 마냥 우울과 불안에만 빠져있는 것은 아니다. <제주지역 미혼 청년의 결혼·출산 의향 및 지원정책 수요조사, 2020> 자료를 보면, 우리 청년들이 새로 쓰기 시작한 생애주기 시간표를 엿볼 수 있다. 이 조사에서 대부분의 청년들은 자신의 삶의 질에 있어서 ‘경제활동(고용 여부와 일자리 안정)과 결혼·출산이 둘 다 동일하게 중요하다’고 응답하였다. 더 나아가 이들은 불확실한 먼 미래를 걱정하며 살기보다는 하루하루 소소한 목표를 달성해가며 작은 성취감과 만족감을 찾아가는 갓생(God+生) 살기의 유행에서 볼 수 있듯이 스스로 우울감과 무력감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긍정적으로 찾아가고 있다.
 
인용서식 : KOSSDA, 데이터언박싱 : 우리 사회 청년들의 좌표, 걱정과 부담과 불안, KOSSDA newsletter77, 2023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