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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언박싱

나는 아동입니다!

  • 작성자KOSSDA
  • 작성일2023.05.31
  • 조회수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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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성인과 구분되는 '아동'을 영유아, 학령기 아동 그리고 청소년까지 포괄하여 부르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아동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끔찍한 사건·사고나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사회 현상과 연관되어 있다. 아동학대 사건에서부터 노키즈존의 등장이나 쉐어런팅(sharenting: 부모(parents)가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스마트폰으로 기록하여 온라인으로 공유(sharing)하는 행위를 뜻하는 합성어)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우리 사회는 아이들이 안전하다고 느끼거나 존중받는다고 생각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대학 입시경쟁이 아이들의 삶을 압도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아동'을 주체적 존재로 인정하고 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강조하는 움직임이 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이 대표적 예인데, 아동의 입장에서 그리고 아동의 이익을 위한 이러한 논의는 아동의 생존권, 보호권, 발달권 그리고 자신의 일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참여권을 기본 권리로 규정하고 있다. 아동을 둘러싼 양극단의 모습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아이들은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이해하고 있을까?
2. 이번 데이터 언박싱에서는 '아동'의 권리 중 이들의 적극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놀이 및 여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KOSSDA가 제공하는 아동·청소년들의 놀이 및 여가를 주제로 한 연구데이터를 활용하여 이들이 놀이와 여가를 권리로 인식하고 있는지, 그리고 놀이와 여가생활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들여다볼 것이다. 또한 코로나19로 학교에 가지 못하고 집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던 아이들의 놀이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지 살펴볼 것이다. 이번 데이터 언박싱은 우리나라 아동의 권리 수준과 현실적 한계를 드러낼 것이며, 특히 아동에게 결핍과 부재로 인식되는 놀이(문화)를 되돌려주기 위해 아동, 부모 그리고 사회는 각자 그리고 함께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질문할 것이다.
3. 아동은 자신들이 누려야 할 권리를 인지하고 이를 누리고 있을까? 아동과 보호자는 놀이와 여가를 권리의 문제로 인식하고는 있지만, 그 비율은 높지 않다. 정부가 아동의 여가와 문화 활동을 지원하고자 운영하는 청소년 시설의 이용률도 높지 않은 편이다.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아이들의 놀이 및 여가 실태를 조사한 <아동인권 당사자 모니터링 사업, 2018: 아동의 놀 권리> 자료에 의하면, 아이들 세 명 중 한 명(33.7%)은 놀이를 즐기고 여가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동의 권리'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자녀들의 놀이 및 여가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인정해주는 보호자의 비율 또한 전체의 43.5%에 그쳐 아동의 놀 권리가 충분히 지켜지고 있다고 보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정부도 아동의 여가와 문화 및 문화예술 활동 권리를 보장하고자 다양한 청소년 시설들을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지만, 아이들의 실제 이용률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최근 1년 동안의 청소년 시설 이용 경험을 조사한 <아동·청소년인권실태조사, 2018> 결과를 살펴보면, 한 달에 1회 이상 청소년 시설을 이용한 아이들의 비율은 공공도서관 29.3%, 문화예술공간 28.8%, 체육시설 27.4%, 청소년수련시설 7.1%에 그쳤으며, 특히 청소년문화센터, 청소년회관, 청소년수련원, 유스호스텔 등을 비롯한 청소년수련시설의 경우에는 과반수 이상인 57.2%가 한 번도 이용한 적이 없었다.
4. 권리와는 별개로 아동의 놀이 및 여가 실태를 살펴보자. 아이들은 어디에서, 누구와, 무엇을 하며, 얼마나 충분히 놀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들의 여가와 놀이는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으며 가용한 놀이공간과 시설에 대해서도 충분하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다. 아이들 스스로도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놀이와 여가생활-예를 들어 게임이나 스마트폰 보기- 비중이 늘어나서 걱정하고 있지만, 다른 유형의 놀이를 찾기는 현실적으로 힘들어 보인다.
<아동인권 당사자 모니터링 사업, 2018: 아동의 놀 권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아이들의 하루 중 놀이시간은 1~2시간이 25.1%로 가장 많았고, 없거나 1시간 이하 21.2%, 4시간 초과 20.8%, 2~3시간 18.9%, 3~4시간 13.2% 등으로 나타난 반면, 학교 수업 이외의 공부시간은 하루 평균 2~3시간(27.7%), 1~2시간(22.6%), 3~4시간(16.3%)의 순이었으며, 4시간을 초과하는 경우도 14.5%에 달하였다. 여기에 학교 수업시간까지 포함한다면 아이들의 하루는 대부분 공부하는 시간으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실제로 이들은 충분히 놀거나 여가활동을 하지 못하는 이유로 첫째, 학교 학습으로 인한 시간 부족(25.4%), 둘째로는 너무 많은 학원 교습(22.2%)을 꼽고 있었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노는가? 다시 위 자료를 통해 아동의 놀이공간에 대한 생각을 살펴보면, 조사에 응한 아동의 둘 중 하나는 집 근처에 놀이 및 여가를 위한 공간과 시설이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하였으며(전혀 충분하지 않다 12.3%+그리 충분하지 않다 38.4%), 현재 이용하는 놀이 및 여가 시설의 불편한 점에 대해서는 다양한 놀이 및 여가 시설이 없음 28.7%, 비싼 이용료 24.6%, 먼 이동거리 19.2%, 재미없음(오래된 프로그램 등) 9.9%의 순으로 응답하였다. 이러한 결과와 함께 '나의 놀이 방법 중 바꿔야 하는 점'이라는 문항을 통해 아이들의 주된 놀이 방법과 놀이공간을 어느 정도 유추해 볼 수 있는데, "컴퓨터 및 스마트폰 사용을 줄여야 한다" 59.8%, "신체 활동을 늘려야 한다" 46.9%, "바깥 놀이를 더 많이 해야 한다" 27.0% 등의 응답 결과로 미루어 볼 때, 외부의 특정 놀이공간이나 시설을 이용하기보다는 더 손쉬운 놀이 수단인 스마트폰 사용이나 게임, 영상시청 등을 하며 놀이 및 여가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놀이 친구의 경우에는 "3~4명이 함께 논다" 40.6%, "친구랑 둘이 논다" 20.5%, "5명 이상 함께 논다" 19.2%의 순으로 나타나 응답자의 80% 이상이 친구와 함께 노는 반면 혼자 노는 경우는 18.9%로, 혼자 노는 경우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노는 아이들이 훨씬 더 많았으며, 친구들과의 놀이 및 여가 생활에 대한 만족도 또한 66.8%(매우 충분하다 19.9%+비교적 충분하다 46.9%)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한편, 보호자와의 놀이 및 여가 생활 만족도는 이보다 10%가량 낮은 57.3%(매우 충분하다 16.1%+비교적 충분하다 41.2%)로, 이처럼 보호자와 충분히 놀지 못하는 이유 때문에 많은 아이들이 "보호자가 나를 이해하기 어려워진다"거나(27.7%), "내가 보호자를 이해하기 어려워진다"고(16.8%)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같은 질문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응답한 아이들도 27.4%로 적지 않게 나타났는데, 연구보고서(국가인권위원회, 2018)는 이를 학습된 무기력 또는 포기, 혼자 또는 친구와 노는 것에 대한 선호 등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였다.
5. 아동의 여가와 놀이 시간은 코로나를 겪으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집에서 원격수업을 받거나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시행으로 친구 관계나 놀이에 제한받게 되면서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가 늘어났으며, 삶의 만족도도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가족 및 친구와 직접 놀기보다는 스마트폰을 활용한 놀이와 여가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한국 아동·청소년 행복지수 조사, 2018> <한국 아동·청소년 행복지수 조사, 2021> 자료를 통해 코로나19 전과 후를 비교해보자. 조사대상인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아이들의 39.2%는 좋아하는 일을 실컷 할 수 있을 때, 30.9%는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낼 때, 8.2%는 부모님과의 관계가 만족스러울 때 행복을 느낀다고 응답하였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 실시와 사회적 거리두기와 관련된 각종 규제는 아이들을 고립시키고 행복감을 감소시켰다. 보다 구체적으로 주요 행복 영역에 대한 2018년과 2021년의 조사 결과를 비교해보면, 주변 환경이나 상황에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들이 6.2%에서 9.4%로,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이 14.3%에서 15.6%로, 외로움을 느끼는 아이들이 15.1%에서 22.0%로 늘어났으며,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아이들은 71.9%에서 66.5%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코로나19는 아이들을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하는 건강한 놀이와 여가가 아닌 스마트폰과 게임, 인터넷에 빠져들도록 했는데, 아래 그림과 같이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하기 힘들어하는 아이들, 특히 가족·친구와 있는 것보다 스마트폰 사용이 더 즐겁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의 비율이 2018년에 비해 2021년에 많이 늘어났으며, 최근 6개월간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게임을 했다고 응답한 아이들의 비율 역시 25%가량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즉, 코로나19로 인한 생활환경의 변화가 아이들의 스마트폰 과의존, 게임 과몰입의 수준을 높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6. 코로나는 끝났지만, 디지털 환경과 혼자 하는 놀이는 어느덧 우리에게 익숙해졌다. 마스크 착용이 아이들의 언어발달을 저해시킨다거나 스마트폰 의존이 아이들의 뇌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는 연구들이 연일 쏟아져 나오며 부모와 사회 그리고 아동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교육과 학습뿐만 아니라 아동의 입장에서 그리고 이들에게 최선이 무엇인지를 우리는 열린 마음으로 살펴야 하며 가장 중요하게는 이들을 주체적인 존재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할 것이다. 올해는 방정환 선생의 '어린이 해방선언'이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어린이를 윤리적·경제적 압박으로부터 해방시키고, 어린이들이 고요히 배우고 즐거이 놀 수 있도록 각 가정과 사회적인 시설을 마련하자'라는 그때의 선언은 아직도 유효하고 진행 중이다. 
 
인용서식 : KOSSDA, 데이터언박싱 : 나는 아동입니다!, KOSSDA newsletter80, 2023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