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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주민’은 ‘북한에 주소, 직계가족, 배우자, 직장 등을 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북한을 벗어난 후 외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사람’을 지칭한다. 이들은 남북관계, 한반도와 국제관계 등에 영향을 받아 1990년대 중반에 가시화되기 시작하여 ‘탈북자’, ‘새터민’ 등으로 불리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남한과 해외에 흩어져 있는 탈북자를 포괄하는 ‘북한이탈주민’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용어의 변화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이들은 1990년대를 전후해서는 남북한 체제 경쟁의 관점에서 이해되다가, 최근으로 올수록 다원주의나 난민과 인권의 관점이 이들을 이해하는데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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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번 데이터 언박싱에서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당위성-한민족이라고 전제하는 것-이나 제도적 접근에서 벗어나 이들의 탈북 과정과 남한에서의 생활 및 적응 그리고 국가정체성의 변화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활용되는 KOSSDA 소장자료는 북한이탈주민의 탈북 과정, 남한사회에서의 생활과 의식 변화, 사회통합 정도를 알 수 있는 것들이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우선, 그들이 북한-탈북-남한에서의 삶을 차례로 경험하면서 어떤 의식의 변화를 경험하며 특히 국가정체성의 측면에서 어떤 변화를 보이는지를 살펴본다. 다음으로 그들이 남한사회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과 생활 만족도는 어떠한지를 알아본다. 마지막으로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남한 주민의 수용과 친밀감을 들여다봄으로써 우리의 미래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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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북한이탈주민이 북한에서 그리고 탈북 과정에서 겪었던 일
이들이 ‘왜’ 북한이탈주민이 되었는가에 대한 원인은 개인적인 것에서부터 북한 상황, 남북관계, 국제관계에 이르기까지 중층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는 이들이 북한에서, 또한 탈북 과정에서 겪었을 어려움들을 조사한 자료를 통해 그 중층 구조의 단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북한이탈주민 인권피해 트라우마 실태조사, 2017> 자료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인 300명의 북한이탈주민들이 북한에서 직접 경험한 인권침해 경험들은 공개적인 자아비판 82.3%, 이웃과 당원의 감시와 고발 57.0%, 통신검열 또는 록화기 단속(한국 영화/드라마 등) 55.7%, 토대가 나쁘다는 이유로 인한 차별 40.0%, 국가기관 또는 군대에 의한 매질 21.7%, 잘못 없이 국가기관에 끌려감 20.7%, 굶주림으로 인한 가족들의 죽음 10.3%의 순으로 나타나며, 이를 통해 그들의 탈북 동기를 어느 정도 유추해 볼 수 있다. 북한이탈주민들은 탈북을 감행한 뒤에도 남한에 바로 입국(38.4%)하지 못하고 제3국을 거쳐온 경우가 더 많았는데(중국 60.3%, 러시아 1.3%), 평균 6년 이상의 제3국 체류기간 동안 이들은 납치·유괴 등으로 감금당하거나(27.6%), 신체적 폭력을 당하거나(26.5%), 성폭력을 직접 경험하거나(12.4%), 총이나 칼과 같은 무기에 의한 공격을 당하거나(11.4%), 강제노동·굶주림·노숙·고문과 같은 심각한 인간적 고난을 겪는(8.7%) 등의 심각한 스트레스 사건들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의 56.0%가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평가(PCL-5)에서 ‘주의 요망(총점 33점 이상)’으로 분류되었으며, 특히 중국 경유자들이(38.9점) 남한 직행자들(30.5점)보다 평균적으로 더 높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수준을 보였다. |
4. 북한이탈주민의 남한사회 적응 : 의식의 변화와 새로운 국가정체성의 형성
북한이탈주민은 남한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의식의 변화를 겪으며, 특히 남한 사람으로서의 국가정체성을 어떻게 형성해가는가? 북한이탈주민들의 남한사회 적응은 어렵지만 회피할 수 없는 주요 과제이다. <북한이탈주민의 정체성과 사회적응에 관한 인터뷰 조사, 2010> 자료 및 관련 이용 문헌을 통해 북한이탈주민들이 남한에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의식의 변화와 그들이 어떻게 새로운 국가정체성을 형성하게 되는지를 살펴보자. 위 자료를 활용한 유시은 외(2012)의 「북한이탈주민의 의식 변화에 대한 질적 연구: 남한 입국 3년 된 북한이탈주민들을 대상으로」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은 자기 자신, 북한, 남한 각각에 대해 엄청난 의식의 변화를 겪게 된다. i) 자신에 대한 의식의 변화 : 북한에서 집단의 소모품에 지나지 않았던 자신이 이제는 존재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님을 인식하게 되고, 따라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성찰하는 태도가 강해진다. 반면 국가·사회·가정에서의 권위 의식의 변화로 혼란과 시행착오를 경험하며, 자기 계발에 대해서도 의욕과 불안이 공존하는 심리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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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북한에 대한 의식의 변화 : 북한을 떠나 제3국 및 남한에 살게 되면서 북한 사회를 비교·비판적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면서 북한에 대한 입장이 부정적으로 변화하게 된다. 그러나 북한이라는 고국에 대해서는 슬픔과 애착을 느끼며, 북한을 싫어하면서도 자신이 북한을 대표하고 있다는 이중감정 때문에 혼란을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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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남한에 대한 의식의 변화 : 남한의 자본주의적 특성과 이타적인 측면들을 동시에 경험하게 되면서 남한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한다. 경제적으로나 의식 수준의 측면에서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남한 사람들을 경험하며 자신감을 느끼는 한편, 남한사회의 차별과 무관심 때문에 좌절하기도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으로 이겨나가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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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북한이탈주민은 ‘대한민국 사람으로 느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새로운 국가정체성을 형성함에 있어 큰 혼란을 겪게 된다. <북한이탈주민의 정체성과 사회적응에 관한 인터뷰 조사, 2010> 자료의 이용문헌인 전우택 등(2011)의 「북한이탈주민의 국가정체성 형성과 유형: 근거 이론에 의한 분석」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들은 북한을 떠나 국가정체성을 상실함으로써 난민·실향민 의식 또는 유랑민 의식을 가지게 되고, 한국에 들어온 후에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새로운 국가정체성의 정립을 요구받게 된다. 북한이탈주민들은 한국 사회가 제공하는 시민권의 부여와 다양한 복지혜택 및 지원들을 경험하면서 한국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을 갖게 되는 한편, 구직활동과 직장생활에서 겪는 차별이나 언어·양성평등의식·향락적 소비문화·자녀중심적 문화로 대표되는 문화적 충돌로 인해 새로운 국가정체성의 형성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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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택 등(2011)은 북한이탈주민이 형성하는 새로운 국가정체성의 유형을 아래 그림과 같이 네 가지로 분류하고, 그 중에서 ‘고향이 북한인 한국 사람’을 가장 성공적으로 재정립된 북한이탈주민의 정체성으로 보았다. 또한 이러한 정체성의 유형은 북한이탈주민 각자가 경험한 환경과 개인의 노력 및 전략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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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북한이탈주민의 남한 생활 : 한국 사회에서의 어려움과 한국에서의 생활 만족도
경기도 지역에 거주하는 20세 이상 북한이탈주민의 생활 및 취업실태를 조사한 <경기도 북한이탈주민 실태조사, 2010> 자료를 통해 북한이탈주민들이 평소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들을 살펴볼 수 있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이탈주민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자녀 키우기(3.54점), 가족관계 문제(3.46점), 생활비 벌기(3.42점), 법률적인 문제(3.29점) 등의 순이었으며(5점 척도: (1)전혀 어렵지 않다~(5)매우 어렵다로 설계됨), 언어·국민정체성 혼란·자본주의 체제에 적응하기 등의 문화적 적응이나 이웃·친구·직장에서의 대인관계의 어려움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정착 기간별로 구분하여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가족관계 문제와 생활비 벌기, 언어·국민 정체성 혼란·자본주의 체제 적응, 이웃 사귀기·직장에서 사람들과 어울리기 등의 어려움은 정착 생활이 길어질수록 감소하였으나, 자녀 키우기, 법률적 문제, 건강 문제, 일과 가정생활 병행 문제, 직장을 구하는 문제 등의 어려움은 정착 기간과 무관하게 지속되고 있었다. 이로 미뤄볼 때 거시적·제도적 문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익숙해지지만, 미시적·관계적 문제의 어려움은 지속됨을 알 수 있다. |
그러나 이처럼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응답자의 대다수인 95.8%는 기초생활보장제도와 같은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경제적 자립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으며(매우 노력해왔다 62.5%+다소 노력해 왔다 33.3%), 71.3%가 자신이 남한사회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었다(매우 잘 적응하고 있다 16.3%+대체로 잘 적응하고 있다 55.0%). 또한 응답자의 72.3%는 남한사회 생활에 대해 전반적으로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매우 만족 19.3%+대체로 만족 53.0%).
하지만 남한사회 생활에 대한 높은 만족도와 달리, 동일 조사에서 71.5%에 달하는 많은 북한이탈주민들이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스스로 해결해 나가거나(48.5%) 그냥 참고 지낸다고(23.0%) 응답하였으며, 특히 응답자의 절반가량인 44.5%가 평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남한 친구가 한 명도 없다고 응답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이들의 문제 해결을 위한 인적자원 및 사회적 자원이 취약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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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남한 사람들의 인식과 태도 : 친근감, 사회적 거리, 수용도
<통일의식조사, 2017~2021> 자료와 그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국민들의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인식은 이들과의 접촉 경험, 북한에 대한 인식, 미디어의 영향, 다문화 감수성 및 다른 이주민에 대한 태도 등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최근 5년간의 조사를 살펴보면, 2020년 우리 국민들의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친근감은 전년 대비 2/3 수준으로 급감하여, 2021년 현재 미국 이주민보다 12.4%p 낮고, 동남아시아 이주민과 비슷한 수치인 24.3%에 머무르고 있다. 세대별로는 북한이탈주민들과 민족적 공감이 가장 덜한 19세~29세 집단의 친근감이 18.2%로 가장 낮았고, 북한이탈주민들과 국가정체성 측면에서 배타성이 높은 60대 이상 집단의 친근감이 23.7%로 두 번째로 낮았다. |
동일 조사에서 북한이탈주민과의 사회적 거리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북한이탈주민과의 관계 맺기를 꺼리는 비율(매우 꺼림+다소 꺼림)이 조금씩 높아지는 추세이며, 2021년을 기준으로 동네 이웃(8.6%)이나 직장동료(10.2%)보다는 학교 교사(40.8%)나 사업동업자(41.3%), 지역대표(41.9%)로 관계 맺는 것을 더 꺼려하였고, 특히 결혼상대자(52.1%)로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을 가장 경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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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주민 수용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항목도 눈여겨 볼만하다. 한국에 들어오기를 원하는 탈북자에 대하여 ‘원하는 사람은 모두 받아들여야 한다’는 응답은 점차 감소하는 추세로 2021년 24.7%로 나타난 반면, ‘원하는 사람 중에서 선택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응답은 점차 증가하여 응답자 60.6%의 지지를 받아, 북한이탈주민을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는 견해는 줄어들고 있다. 연구보고서는 최근 이러한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인식의 변화에 대하여, 통일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바뀐 점과 미디어의 영향(2020년 북한이탈주민의 재입북과 범죄 연루 북한 선원의 북송이 미디어에서 집중조명된 점) 등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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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나오며 : 북한이탈주민,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지금까지 KOSSDA 소장자료를 활용하여 북한이탈주민이 북한-탈북-남한을 거치면서 개인과 사회정치 체제에 대해 급격하고도 혼란스러운(혹은 양가적인) 상황에 놓여 있음을 살펴보았다. 또한 이들은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제도적 지원과 개입이 남한사회를 이해하고 자신의 일상을 꾸려나가는데 주요한 기반이 되었다고 인식하지만, 자신들의 개별적 노력이 남한사회에서의 만족에 더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언박싱에서 파악한 북한이탈주민의 다양한 국가정체성을 고려할 때, 탈북민에 대해 한민족임을 전제하고 동질성을 강조하는 통일, 이산가족상봉 등과 같은 그동안의 접근방식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 한민족이라는 전제에서는 탈북민이 남한사회에서 겪는 어려움, 특히 미시적이고 사회관계에서 친밀감을 획득하지 못하는 문제를 이해하고 공감하기 어렵게 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난민이나 다른 이주집단(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등)과 동일시되지는 않는다. 탈북민의 사회적 위치와 이에 대한 이해가 제한적이고 불완전한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인권 문제나 차별 및 배제(혐오)가 점점 심각해지는 것이 정전협정 70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현실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인용서식 : KOSSDA, 데이터언박싱 : 북한이탈주민,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KOSSDA newsletter82,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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