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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언박싱

무차별 범죄가 초래한 불안 인식과 엄벌주의

  • 작성자KOSSDA
  • 작성일2023.09.27
  • 조회수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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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얼마 전에 있었던 신림역 사건(23.7.21)이나 서현역 사건(23.8.3)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무차별 범죄’를 우리에게 강하게 각인시켰다. 또한 이것은 피해자가 범죄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으면서 그 양상도 극단적인 폭력성을 띠며 피해의 범위가 확장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리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무차별 범죄를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박형민(2013)*은 이러한 범죄가 일본의 토리마사건(거리의 악마사건), 미국의 증오범죄나 테러리즘에 비견되는 것으로 해당 사회의 사회문화적 특성을 반영하고 있어 쉽게 근절되기 어려우며 증가추세에 있다고 보았다. 개별적인 범죄 사건이면서 동시에 사회병리를 반영하고 있다고 알려진 무차별 범죄에 대해 우리는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무차별 범죄의 실태 그리고 대응은 어떠한가?
*박형민(2013). 무차별 범죄의 개념과 특징: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 한국공안행정학회 50권 1호, pp. 227-258
2. 이번 데이터 언박싱에서는 우선, KOSSDA 소장자료인 <국민의 체감안전 실태조사, 2016> 등에 나타난 우리 사회의 범죄로부터의 안전 의식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다음으로 무차별 범죄 가해자의 수사재판기록(2012년 대검찰청에 보고된 수사재판기록 48건 기록) 조사인 <묻지마 범죄 수사재판기록 조사, 2013>와 관련 보고서를 통해 범죄자의 인구사회학적 특징을 살펴보고, 범행 동기/전과/정신질환 진단 및 치료 경험 등을 알아본다. 이와 더불어 KOSSDA 자료공유기관인 한국갤럽의 '데일리 오피니언 제554호(2023년 8월 2주)에서 조사한 흉악 범죄 발생 원인' 결과를 활용하여 무차별 범죄에 대한 사회적 발생 원인-개인적 원인 vs. 사회적 원인-을 간접적으로 들여다 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무차별 범죄 등의 등장으로 엄벌주의 담론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대응을 사형제 존폐에 대한 인식과 대체형벌로 거론되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에 대한 인식조사인 <사형제도 대체형벌에 대한 인식조사, 2018>에서 살펴보려 한다.
3. 무차별 범죄는 사회적, 개인적 차원에서 안전을 위협하며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범죄유형으로 인식되고 있다. 
<전국지표조사 5차, 2020년 9월 1주>에서 우리 사회 안전성 평가 항목으로 ‘우리 사회가 범죄로부터 안전한가’에 대해 묻고 있는데, ‘안전한 편이다(매우 그렇다+그런 편이다)’라고 답한 응답자가 62.2%로 나타나 ‘안전하지 않은 편이다(그렇지 않은 편이다+전혀 그렇지 않다)’라고 답한 응답자 36.4%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시간을 거슬러 <국민의 체감안전 실태조사, 2016>에서도 비슷한 질문(범죄로부터 우리 사회 안전 수준)을 조사하였는데, ‘안전하지 않다(전혀 안전하지 않다+별로 안전하지 않다)’는 응답이 48.8%를 차지하고 ‘보통이다’ 34.7%, ‘안전하다(대체로 안전하다+매우 안전하다)’는 16.5%로 나타나 ‘범죄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의견이 두드러져 보인다. 이와 같은 비교로는 우리 사회가 범죄로부터 안전하다는 인식이 증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사회 경제적 변화가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무차별 범죄와 같이 범죄유형과 피해범위가 복잡해지고 있음을 감안할 때, 범죄 유형별 안전인식 조사를 자세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국민의 체감안전 실태조사, 2016>는 최근 자료는 아니지만 범죄 유형별 사회 및 개인 차원의 안전 인식을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이로부터 우리 사회의 범죄 인식과 안전 인식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 자료의 보고서에 따르면, 범죄유형별 사회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정도와 개인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정도를 구분하여 질문하였으며, 문항평균점수(5점 척도로 ‘전혀 안전하지 않다’ 1점부터 ‘보통이다’ 3점, ‘매우 안전하다’ 5점까지)로 결과를 제시하였다(아래 그림 참조). 범죄유형별 사회 안전 점수는 유형에 관계없이 평균 3점에 미치지 못해서 조사대상자들이 사회가 14가지의 범죄유형들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고 대답하였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주거침입이 2.89점으로 가장 안전하다고 대답했으며, 절도(2.84점) > 사이버공간에서의 모욕이나 괴롭힘(2.63점) > 살인(2.55점) >  가정폭력(2.53점) > 음주운전사고 (2.49점) > 묻지마 범죄와 성폭력(2.35점) >개인정보유출 및 신종금융사기(2.31점) 순으로 대답하였다. 상대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는 개인정보유출이나 신종금융사기, 음주운전사고나 성폭력, 아동학대 등의 취약계층 대상 범죄,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범죄에 대해 특히 사회가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더하여, 개인의 범죄 유형별 체감안전 점수는 가정폭력(3.71점), 사이버공간에서의 모욕, 괴롭힘(3.26점) 등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보여 안전하다고 인식하였으며, 살인(2.94점), 음주운전사고(2.9점), 개인정보유출 및 신종금융사기(2.8점), 그리고 묻지마 범죄(2.73점) 등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대답하였다. 범죄 유형별 사회 및 개인의 안전인식 차이는 좀 더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무차별 범죄인 ‘묻지마 범죄’가 사회적 차원 그리고 개인적 차원 모두에서 낮은 안전 점수를 보이는 것은 우리 사회가 이 범죄(유형)에 여러 측면에서 취약함을 시사하고 있다.
한편, 범죄유형별로 범죄 피해에 대한 두려움을 보면, 가장 두려운 범죄 1위가 묻지마 범죄(60.6%)였으며, 살인(52.0%), 음주운전사고(46.1%), 폭행(44.8%), 개인정보유출 및 신종금융사기(43.3%), 강도(39.7%), 절도(35.0%), 주거침입(34.0%) 순으로 나타났다. 이로 미루어 볼 때, 대인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특히 묻지마 범죄와 같이 개인이 거의 통제 할 수 없고 피해가 심각할 수 있는 범죄에 대해 가장 두려움이 큰 것을 알 수 있다.
4. 무차별 범죄 가해자는 어떤 특성을 보이는가? 
무차별 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고조된 경각심에 비해 우리가 이것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실제 경찰은 일명 ‘묻지마 범죄’로 언론 보도되었던 사건을 2022년 1월에 ‘이상동기 범죄’로 명명하고 이에 대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무차별 범죄 가해자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자료로 <묻지마 범죄 수사재판기록 조사, 2013>를 살펴보자. 이 자료는 2012년 대검찰청에 일명 ‘묻지마 범죄’로 보고된 수사재판기록 48건을 포함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범행 동기는 환각/망상 18명(26.5%), 재미/자기과시/이유없음 17명(25%), 분풀이 및 스트레스 해소 16명(23.5%), 사회불만 6명(8.8%) 순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가해자의 일반적 특성으로 평균 연령은 약 39세였고 30대와 40대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가해자의 성별은 1명을 제외하고 모두 남자였으며, 주거 및 거주 형태가 취약하여 고정된 주거가 없는 사람이 20% 정도였고 가해자의 절반은 동거인 없이 혼자 거주하고 있었다. 직업 유무를 살펴보면, 범행 당시 직업이 없던 경우가 전체의 75%를 차지하였고 월평균 소득은 소득이 전혀 없는 가해자가 73%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학력 수준은 고등학교, 중학교, 초등학교 졸업 순으로 나타났으며, 혼인상태로는 미혼인 가해자가 75%로 대부분이었다. 가해자의 75%가 전과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평균 전과수는 6건이었고 최대 전과수는 27건이었다. 또한 대인범죄 전력이 있는 가해자는 35명(72.9%)로 대부분 대인범죄 전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과 경력이 있는 가해자들(36명) 중 과거에 저지른 범죄의 종류는 33명(92%)이 폭력, 상해로 인해 유죄판결을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들 가해자들의 폭력범죄에 대한 재범율이 매우 높음을 시사하였다. 
정신질환 진단 및 치료 경험 차원에서 살펴보면, 과거 혹은 현재에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경험이 있는 가해자는 28명으로 58.3%를 차지하여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적이 없는 가해자 16명(33.3%)을 훨씬 웃돌았다. 과거 혹은 현재에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가해자가 26명으로 54.2%를 차지하였으며 치료 경험이 없는 가해자는 37.5%였다.  
한편, 이 조사보고서는 무차별 범죄 가해자의 특성뿐만 아니라 이러한 범죄 유형을 세 가지로 분류하였다(무차별 범죄 유형을 사회로부터 고립된 채 사회를 탓하는 ‘현실 불만형’,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 ‘정신장애형’, 폭력성향 때문에 반복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만성분노형’).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최근 한국갤럽의 ‘데일리 오피니언 제554호(2023년 8월 8~1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 대상)는 흉악 범죄 발생 원인을 질문하였는데, 응답자의 36%가 ‘범죄자 개인의 타고난 성향’, 55%가 ‘잘못된 사회 환경’을 지목했고 9%가 의견을 유보했다. 2012년과 2015년 조사에서는 흉악 범죄 원인으로 타고난 개인 성향이 30%를 밑돌았으나, 작년과 올해 조사에서는 40% 안팎 수준으로 증가했다. 무차별 범죄를 포함한 흉악범죄의 발생 원인에 대한 사회 환경 vs. 개인 성향 논의는 범죄를 누구 혹은 무엇의 탓으로 돌리는 것에 대한 것이 아니라 범죄 발생의 메카니즘을 충분히 이해하여 그에 대한 대응을 적절히 하는 논의로 이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5. 무차별 범죄를 포함한 최근의 흉악범죄에 대해 엄벌주의가 강력하게 요구되고 있다. 
<국민의 체감안전 실태조사, 2016>에 따르면, 사람들이 ‘범죄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22.5%)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다음으로 경찰의 신속한 출동 및 개입(22.3%), 주민들의 감시(15.4%), CCTV 설치 확대(13.8%), 피해자 보호 및 지원(10.8%), 가해자 치료 및 교정(8.0%), 기본적인 생활보장을 위한 복지재정 확대(7.2%) 순이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대체로 사람들은 범죄피해 대책으로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중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좀 더 확장해 사형제 유지/폐지 인식과 대체 형벌에 대한 생각을 <사형제도 대체형벌에 대한 인식조사, 2018>에서 살펴보자. 이 조사에 나타난 사형제도에 대한 범죄예방효과 및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면, 사형제도의 범죄예방효과에 대해서는 매우 효과적(28%), 대체로 효과적(52.3%)이라고 답해 대부분이 ‘사형제도가 범죄예방효과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 또한 사형제도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서는 매우 필요함(29.3%), 대체로 필요함(52.2%)를 차지해 81.5%에 이르는 응답자가 사형제도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더불어 현재 우리나라의 사형제도에 대한 의견에서는 ‘사형제도의 폐지(당장 폐지+언젠가는 폐지)’는 24.5%에 그쳤지만, ‘사형제도는 유지되어야 하나 선고나 집행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56.9%, ‘사형제도는 반드시 유지/강화되어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18.6%를 차지했다. 이에 더해 한국갤럽이 1994년부터 2022년까지 여섯 차례 조사한 결과에서도 모두 사형제 유지론이 폐지론을 앞섰다. 이로 미루어 생각해 볼 때, 사람들은 대체로 ‘사형제 폐지’ 보다는 ‘사형제 유지’가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현재 범죄자들에 대한 형벌이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범죄에 비해 형량이 가볍다고 생각)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사형제의 대체형별로 대두되고 있는 ‘절대적 종신형(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에 대한 의견에는 매우 동의함 41.0%, 대체로 동의함이 37.7%로 나타나 동의하지 않음(대체로 동의 안함+전혀 동의 안함) 19.6%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동의를 보였다. 이와 비슷한 조사를 한국갤럽의 ‘데일리 오피니언 제554호(2023년 8월 2주)’에서도 볼 수 있는데, 흉악 범죄에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에 찬성이 87%, 반대가 9%로 나타나 역시 큰 차이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에 찬성을 나타냈다.
6. 나가며 
이번 데이터 언박싱을 통해 무차별 범죄 사건을 포함한 최근의 범죄들이 우리를 불안하게 하며 또한 이로 인해 우리 사회의 안전이 취약하다고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무차별 범죄’는 ‘묻지마 범죄’라는 대중적 용법(언론에서 주요 사용된 방식)이 범죄에 대한 과학적이고 합리적 접근을 제한한다고 여겨-이유없이 범죄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설명은 적절하지 않음을 지적함-대안적으로 제시되었다. 이를 통해 이 유형의 특성 즉 가해자가 자신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사람을 무차별적으로 선택하여 폭력을 행사하는 표출적 범죄로 개념화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우리의 높은 경각심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응은 처벌을 강화하는 엄벌주의에 주로 머물러있음을 알 수 있다. 
범죄 기록 조사 등을 통해 범죄 사건을 이해하고 이를 예방 및 처벌하는 노력과 함께 미국의 혐오범죄처럼 우리 사회의 무차별 범죄가 의미하는 우리의 사회문화적 맥락도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무차별 범죄가 보여주는 높은 재범 가능성은 엄벌주의 입법의 근거가 되기도 하지만, 안전하고 친밀한 가족이 점차 약화됨에 따라 나타나고 있는 은둔형 외톨이라 불리는 특정 청소년/청년 가해자에게는 적절한 사회적 개입이 필요할 수도 있다. 무차별 범죄에 대한 자료와 정보가 쌓일수록 우리가 이것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무차별 범죄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피해자와 그 가족에 대한 재고이다. 그 예로 <범죄피해자 생활실태 및 사회적 지원현황 조사, 2014: 범죄피해자> 자료를 보면, 최근의 범죄는 피해자 본인뿐만 아니라 피해자 가족도 피해의 고통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언박싱은 최근 사회이슈가 되는 무차별 범죄를 가용한 자료-오래된 자료이지만 양질의 자료-를 중심으로 설명하였다. 자료의 한계는 있지만 무차별 범죄를 특정한 일회적 사건으로 보는 것과 거리를 두고 고찰하였다는 점에서 이번 언박싱은 의의를 가진다고 하겠다.
 
인용서식 : KOSSDA, 데이터언박싱 : 무차별 범죄가 초래한 불안 인식과 엄벌주의, KOSSDA newsletter84, 2023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