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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차별, 그리고 평등

  • 작성자KOSSDA
  • 작성일2024.10.30
  • 조회수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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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양성과 차이보다는 획일성과 같음을 강조하고 이에 순응하는 삶을 살아온 우리 사회는 최근으로 올수록 혐오와 차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성차별과 지역 차별과 같이 사회의 오래된 차별이 있는가 하면, 2000년대 이후 온라인을 통해 특정 집단이나 계층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나 혐오 표현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성적 지향과 성정체성을 다루는 청소년 성평등 도서를 둘러싼 교육 대 차별 논쟁이 대립과 갈등으로 치닫는 상황이 자주 보도된다.
 혐오와 차별은 이제 그 자체로 하나의 사회문제가 되었으며 그 피해는 사회적 관심과 해결을 요구하는 지경이 되었다. 이것은 사회의 편견과 고정 관념에 기반하기에 문제의 심각성과 민감성 차원에서 의식되기 어렵고, 더 나아가 혐오와 차별의 근거가 신념으로 정당화될 때는 특정 상대 혹은 집단의 평등(차별 금지)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 
 이러한 혐오와 차별에 대해 우리는 국가인권위원회법으로 대응하며 문제적인 차별 사유와 유형을 정의하고 피해자 구제와 가해자 제재라는 새로운 법적 프레임을 제시하고 있다. 2006년 이후부터는 차별금지법이 추진 중이지만 이를 통해 이 이슈가 사회적으로 활발하게 논의되거나 국회를 통과한 적은 없다. 급증하는 혐오와 차별 관련 뉴스와 표류 중인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 사이에서 우리 사회의 평등과 인권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사회적 논의 과정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

 

2. 이번 데이터 언박싱에서는 코스다 소장 자료를 활용하여 혐오와 차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일반적 인식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것은 성별, 연령, 종교, 장애에서부터 고용과 성적 지향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차별 사유와 영역이 더해지면서 나타나는 포괄적 혹은 일반적 차별 인식으로 인구사회학적 특성에 따라 이것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살펴보는 작업이 될 것이다. 여러 특성 중 성별, 연령대별로 혐오와 차별의 내용(사유)과 활용 매체(온라인과 오프라인)가 어떻게 차이를 보이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이번 데이터 언박싱에는 다음의 자료가 활용될 것이다. 우선, 국가인권위원회의 <혐오차별 인식조사> 시리즈를 통해 사회구성원들이 느끼는 혐오와 차별의 실태를 다룰 것이다. 여기서는 다른 세대와 차이를 보이는 20~30대의 혐오와 차별에 대한 인식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이어서 성균관대학교 서베이리서치센터의 <한국종합사회조사, 2023> 자료를 통해 우리 사회의 이성 혐오(여성 혐오와 남성 혐오를 포함) 현상의 심각성과 민감도를 성별로 나눠 확인해 본다. 이어서 한국행정연구원의 <사회통합실태조사, 2013~2023> 자료를 활용하여 혐오와 차별의 관점에서 우리 사회의 주요 갈등 유형과 그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살펴본다. 

 

3. 우리 사회의 혐오차별 인식

 

3.1. 혐오차별 노출 경험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혐오 인식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국가인권위원회의 <한국사회 혐오차별 인식조사, 2021, 2019>에서 최근 1년 동안 오프라인 실생활과 온라인 상에서 혐오 표현을 보거나 들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는 2021년 70.3%로 2019년(64.2%)보다 6.1%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를 비교했을 때에도 우리 사회의 혐오와 차별은 59.5%(매우 증가 : 22.9% + 약간 증가 : 36.7%)로 증가하여 이전보다 지금 사회가 좀 더 혐오와 차별이 가시화된 사회로 변화하였다.

 

 <한국사회 혐오차별 인식조사, 2021>에서 차별적 언행을 보고 들을 수 있는 공간으로 ‘온라인’(62.0%)이 ‘오프라인’(53.2%)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20대와 30대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혐오 표현 경험 격차가 높았다(20대 19.8%p, 30대 15.1%p). 한편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여성보다 남성이, 청소년을 제외하면 연령대가 낮을수록 혐오 표현의 노출 정도가 높아지는 패턴을 보였다.

 

3.2. 20대의 혐오 표현 경험과 실제 사용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혐오 표현을 접한 비율이 높았던 20대 내 성별 차이는 어떠할까? 20대 응답자 중에서 여성은 오프라인과 온라인 모두에서 혐오 표현을 접한 경험이 남성보다 높게 나타났다. 오프라인에서 여성(64.3%)은 남성(55.4%) 보다 8.9%p 높게 나타났으며, 온라인에서는 오프라인과 비교하여 여성(84.5%)과 남성(75.0%) 각각 경험 비율이 20%p 가량씩 증가하였으며 여성이 남성보다 9.5%p 높았다. 또한 20대 여성은 다른 연령대의 여성에 비해 특히 더 혐오 표현을 접한 경험률이 높게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20대 여성이 온라인에서 혐오 표현을 접할 가능성이 가장 높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직접 혐오 표현을 한 경험은 어떠할까? 전체 응답자의 45.8%가 혐오 표현을 사용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가운데,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사용 빈도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사용한 경험이 있다)’ 35.3%, ‘가끔 사용한다’ 9.7%, ‘자주 사용한다’ 0.8% 순으로 나타났다. 혐오 표현 사용 경험에 대해 성별로는 남성(53.5%)이 여성(37.9%)보다 높게 나타났고, 연령별로는 20대(53.7%)의 사용이 다른 연령층보다 높았다. 

 

3.3. 혐오표현 대상: 성별, 연령별 인식   

 <한국사회 혐오차별 인식조사, 2021>에서 대상자들이 경험한 혐오 표현의 대상은 온라인에서는 ‘여성’(80.4%), ‘특정지역 출신’(76.9%), ‘페미니스트’(76.8%), ‘노인’(72.5%) 순이었고, 오프라인에서는 ‘노인’(69.2%), ‘특정지역 출신’(68.9%), ‘여성’(67.4%), ‘페미니스트’(64.8%) 순이었다. 성별로는 온라인(80.0%)과 오프라인(73.0%) 모두에서 남성 응답자는 경험한 혐오 표현 대상으로 ‘특정지역 출신’을 꼽았다. 다음으로 온라인에서는 ‘여성’(76.7%), 오프라인에서는 ‘노인’(65.6%)이라고 응답했다. 한편, 여성 응답자는 온라인(85.0%)과 오프라인(73.3%) 모두에서 가장 높은 비율로 ‘여성’ 대상이 많았다고 대답했으며, 다음으로 온라인에서는 ‘페미니스트’(80.3%), 오프라인에서는 ‘노인’(73.3%)이라고 답했다. 

 

 

 혐오 표현의 대상에 대한 응답을 성별, 연령별로 나눠 살펴보면, 흥미롭게도 20대~30대 남성 응답자에서 오프라인(20대 남성 74.4%, 30대 남성 70.0%)과 온라인(20대 남성 88.4%, 30대 남성 90.1%) 모두에서 ‘남성’이 혐오 표현 경험의 대상이었다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남성’이 혐오 표현의 대상이 된다는 응답을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온라인 공간에서 20~30대 연령층은 81.0%가 동의했으며 이것은 동일 연령층이 ‘여성’ 대상 혐오 표현을 경험했다는 비율 82.9% 유사하게 나타난다. 이는 40대 이상의 연령대가 온라인에서 혐오 표현 대상으로서의 ‘남성’과 ‘여성’에 대한 응답 차이가 10%p 이상 차이나는 것과는 다른 결과이다(즉, 40대 이상의 연령대에서는 온라인에서 ‘여성’ 대상 혐오 표현을 ‘남성’ 대상보다 더 많이 접했다). 또한 다른 연령대와 달리 20대에서는 성차별/성평등과 관련 있는 ‘페미니스트’ 보기에 대해 온라인(남성 응답자 : 81.2%, 여성 응답자 : 97.2%)과 오프라인(남성 응답자 : 82.3%, 여성 응답자 88.9%) 모두에서 남녀 응답자가 공통적으로 높은 응답 비율을 보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20~30대는 온라인에서 ‘여성’과 ‘남성’ 대상의 혐오 표현에 빈번하게 노출되며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이것은 다른 연령대와 비교하여 특징적인 패턴임을 확인할 수 있다.

 

4. 우리 사회의 이성에 대한 혐오(남성혐오와 여성혐오)와 사회갈등
 우리 사회의 혐오와 차별에서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이성에 대한 혐오’를 다른 자료들을 활용하여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성균관대학교 서베이리서치센터의 <한국종합사회조사(KGSS), 2023>에서 ‘이성(남성과 여성)에 대한 혐오’가 어느 정도 심각한지를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는 ‘보통이다’는 응답이 35.6%, ‘심각하다(매우 심각+조금 심각)’는 32.6%, ‘심각하지 않음’(별로+전혀)은 31.8%로 유사한 비율로 나타났다. 성별로 볼 때 남성은 ‘심각하다’가 34.8%, 여성은 30.8%로 남성이 약간 높게 나타났으며 ‘심각하지 않음’ 응답에서는 여성이 약간 높게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심각하다(매우 심각+조금 심각)’에 대해 20대 54.4% > 30대 31.6% > 40대 30.0% > 50대 31.3% > 60세 이상 22.9% 순으로 나타나 저연령층일수록 심각 정도가 높다고 대답하였다. 

 

 한편 한국행정연구원의 <사회통합실태조사, 2013~2023>는 우리 사회의 주요 사회갈등에 대한 인식과 정도의 추이를 다루고 있다. 

 

 

여러 사회갈등 인식 중에서 ‘남자와 여자’는 다른 사회갈등 유형들 중에서 낮은 편에 속한다. ‘매우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3년에 7.2%이었지만, 2018년에는 11.5%, 2019년에는 11.7%로 상승하였다가 2020년 8.7%로 하락하였다. 2021년에는 9.9%로 소폭 상승하였으나, 2022년 6.1%, 2023년에는 4.9%로 낮아졌다. 성별로는 차이가 없고, 연령별로는 ‘심각하다(매우+약간)’는 비율이 20대(43.2%), 30대(41.1%), 40대(39.2%), 50대(43.2%), 60세 이상(43.2%) 모두 유사하게 나타났다. 

 위의 두 자료가 보여주는 이성 혐오 그리고 남성과 여성을 둘러싼 사회갈등 인식은 유사한 질문을 조사하고 있지만 그 결과는 상이하게 나타났다. 전자는 이성 혐오가 성별에 따라 구별되는 반응이라기 보다는 세대 경험과 연관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사회갈등 조사에서 남성과 여성의 갈등은 다른 갈등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심각하게 인식되지 않고 있으며 이것은 세대별로도 구분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심각한 사회갈등이라고 부르는 것과 이번 언박싱에서 집중하고 있는 혐오와 차별의 성격이 다를 수 있음을 시사하는 점이다. 

 

5. 이번 데이터 언박싱에서는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혐오와 차별에 대한 인식을 주로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혐오와 차별은 우리 사회 질서의 주요 범주인 성, 연령, 지역, 건강, 고용 등을 따라 구체적으로 구별되고 차별받는 경험에 기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혐오와 차별의 결과는 혐오와 차별의 재생산-사회 구성원이 혐오 표현에 노출되는 빈도와 정도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것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과 강화를 초래하며 가장 특징적인 것은 우리 대다수가 무의식중에서 혐오와 차별 행위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우리는 새로운 차별 사유와 영역이 계속 등장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우리는 혐오와 차별에 대한 인식과 민감도를 높여야 하며, 다른 한편으로 차별금지를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이러한 논의를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일상에서 우리의 권리와 삶의 방식을 존중받기 위해 보편적 차별금지를 고려한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 “나는 누군가를 차별한 적이 없다”, “나는 차별받은 적이 없다”, “역차별이다”. 이것들은 충분히 다양하지 않아 파편적이고 자유롭게 소통되지도 않지만 혐오와 차별금지를 통해 평등을 구현하려는 방향 설정에 일조하고 있다. 

 

인용서식 : 반미희, 데이터언박싱 : 혐오와 차별, 그리고 평등, KOSSDA newsletter97, 2024년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