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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현실과 권리 사이

  • 작성자KOSSDA
  • 작성일2022.05.25
  • 조회수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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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스타그램 영상(IGTV)으로 보기 '장애인의 현실과 권리 사이'

 

1. 최근 연이은 장애인 단체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두고 말들이 많다. 하지만 다양한 논의가 오가거나 이 논의가 활성화되기보다, 불편함과 불법 시위 방식을 문제 삼는 쪽과 다른 한편으로 장애인 관련 법시행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팩트 체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는 이번에 알려진 “장애인의 이동권”이 실질적 이동 제한이라는 의미를 넘어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장애인의 기본 권리이자 필수적인 권리라는 목소리가 살아남기 어렵다. 장애(인)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와 편견과 달리, 실제로 장애는 사회 진행형이어서 장애인 인구는 소수가 아니며(2021년 기준 약 264만 5천 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5.1%를 차지함, 보건복지부), 더 중요하게는 장애인 10명 중 9명은 질환(56.0%)이나 사고(32.1%)로 인한 후천적 장애인이라는 사실이다. 만약, 장애는 선천적이라거나 혹은 어찌할 수 없는 것이어서 선한 배려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면 출근길 시위에서처럼 우리는 절대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의 질주를 보게 될 것이다.

2. 이번 데이터 언박싱에서는 KOSSDA가 제공하는 장애인 관련 연구데이터를 통해 장애인들의 노동, 교육, 건강 등의 생활을 살펴보고 이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유추해보고자 한다. 또한 장애인 관련 연구데이터들이 보여주는 것들이 장애인들의 입장이 되어보기에 얼마나 유효한지 알아보고자 한다.

3. 우선, 장애인들의 노동에 대해 살펴보자. <청각장애인의 직업선택에 관한 조사, 2010>에 따르면, 청각장애인이 취업을 한 이유는 생계유지(51.1%)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지식이나 기술의 습득(15.0%), 꿈의 실현을 위해서(9.7%)라는 응답이 그 뒤를 이었다. 현대 사회에서 노동이 갖는 일반적인 중요성 논의의 연장선상에서, 장애인의 고용 문제는 소득보장을 지원함과 동시에 장애인들의 사회참여를 확대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게끔 해준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에 정부는 기존의 ‘생산성’을 기준으로 하는 일자리에 장애인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일할 권리’를 보장하고 노동을 통해 장애인의 역량을 발전시키기 위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애인 노동의 필요성과 사회적 개입 요청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실제 경제활동은 낮은 고용률과 임금수준으로 나타나며, 비경제활동 장애인들에게서는 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무기력이 학습되어 나타난다.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 2020>의 추정에 따르면, 만 15세 이상 등록장애인의 경제활동참가율은 37%로 전체 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 63%보다 여전히 매우 낮으며, 장애인 임금근로자의 평균임금은 192.2만 원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평균임금 268.1만 원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또한, 전체 장애인구의 2/3 가량을 차지하는 비경제활동 장애인들이 일자리를 원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장애로 인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것 같아서(62.6%)”로 나타나, 장애로 인한 본인 노동능력의 한계를 단정하고 스스로 일할 권리를 포기하여 노동시장에서 배제되는 중증장애인들이 많음을 짐작하게 한다.

4. 장애인의 교육을 살펴보자. 교육은 그 자체로 자원이며, 노동 시장에 참여하거나 지지/도움을 얻기 위한 자본으로도 변환 가능하며, 변화나 새로운 가치 창출을 위한 정치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이고도 필수적이다. 장애인들의 교육 수준은 중졸 이하 56.7%, 고졸 30.0%, 대졸 이상 13.3%로 전체 인구와 대비하여 현저히 낮다(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 2020).

이들의 낮은 교육 수준은 장애인들의 교육수요에 부합하지 못하는 교육 제도가 한 몫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발달장애인 가족의 복지수요 조사, 2009> 자료는 장애인 자녀를 보호하는 가족들이 ‘자녀의 생애주기별 교육과 관련되어 겪는 어려움’의 종류를 자세하게 보여준다. 자녀의 연령이 어린 경우에는 교사 및 교육기관의 부족, 교육정보의 부족, 이동 수단 마련 등에서, 자녀가 성장함에 따라 교사의 전문성 부족, 교육비의 부담, 부실한 교육내용 등의 항목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제도적 교육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장애인인 경우에도, 이들이 교육권을 침해받거나 차별을 당하는 경험은 빈번하게 발생해서 교육받는 것이 기본 권리이거나 교육을 통해 능력을 개발하는 능력주의가 일반적인 가치로 여겨지기는 어렵다. 장애학생 통합교육을 실시하는 일반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실시된 <장애학생 교육권 실태조사, 2014>를 통해 장애인의 교육권 침해실태를 살펴본 결과, 장애학생이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받은 경우는 42.3%(폭력, 성·언어·사이버 폭력, 괴롭힘 등의 학교폭력과 사적 공간·초상권·소유물 침해, 개인정보유출 등의 사생활 침해를 포함), ‘교육상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침해받은 경우는 39.5%(교육적 방임, 교육 기회 차별로 인한 직접 차별과 정당한 편의제공 미지원, 장애를 고려하지 않은 조치로 인한 간접 차별을 포함)로 나타났다. 또한 조사된 36개의 차별 유형 중에서 하나라도 경험해 본 적이 있는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59.2%로, 통합교육 현장의 장애학생 10명 중 6명이 교육권의 침해를 경험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피해 발생 시 적절하게 대응하는 경우는 46.6%에 불과하여, 교육권 침해 경험자의 절반 이상이 피해에 대한 대응을 포기하였는데, 그 이유는 자신의 피해가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하거나, 이야기해도 소용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의한 것이었다.

5. 장애인들의 건강 생활은 연구데이터에 어떻게 드러나는가? 노동과 교육에서 장애인들은 비장애인의 기준에 따라 자신들의 수요가 정의되고 자원이 배분되는 경향이 있었다. 한편, 건강 문제는 환자에 특화된 진단과 처방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그 양상이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장애인들의 건강 관련 데이터에서 우리는 비장애인을 중심으로 조직된 위계적 사회 모습을 만나게 되며 이때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건강문제 악화나 죽음으로 귀결될 수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1~3급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조사된 <장애인 건강 및 의료이용 실태조사, 2014>에 따르면, 응답자의 44.7%가 치과 진료가 필요할 때 진료를 받지 못한 경험이 있었으며, 62.7%가 정기적으로 스케일링을 받지 않고 있었다. 장애인들이 병·의원을 이용하거나 진료를 받을 때 가장 불편한 점으로는 의사들의 장애 특성 이해 및 배려의 부족이 34.8%로 가장 많았으며, 이외에 경제적 부담(33.0%), 병·의원의 장애인 편의시설 부족(26.8%), 장애인 전문 병원 및 전문 의사 부족(19.6%), 수화 통역사 부재, 점자안내물 부족 등 소통과 정보 접근의 어려움(14.1%), 예약자 폭주로 인한 긴 대기시간(12.7%) 등이 지적되었다. 다음은 동 자료의 연구보고서인 「장애인 건강권 증진방안에 관한 연구, 2014」에 실려있는 장애인 대상의 심층 인터뷰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6. 이번 데이터 언박싱에서는 장애인관련 연구데이터(노동, 교육, 건강을 주제로 한 연구데이터)를 살펴보면서 그들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을 들여다보고 장애인들의 생활을 유추해보고자 하였다. 장애인들의 출근길 시위로 널리 소개된 ‘장애인의 이동권’은 그들의 자리에 서면 보이는 것들 그리고 필요한 것들에 대한 것이며, 이번 언박싱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우리 사회는 비장애인들의 이야기에 대해 더욱더 적극적 알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장애인의 이동권’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는 연구데이터를 소개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제주지역 여성 중증장애인 생활실태 조사, 2015>에서 중증장애인이 일상생활 수행 시 가장 불안감을 느끼는 부분을 조사한 결과, 경제적 불안정(22.7%)이나 본인 건강에 대한 우려(16.7%)가 아닌 외출(27.3%)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인용서식 : KOSSDA, 데이터언박싱 : 장애인의 현실과 권리 사이, KOSSDA newsletter68, 2022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