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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언박싱

경제위기 지표에 대한 우리의 인식

  • 작성자KOSSDA
  • 작성일2023.03.29
  • 조회수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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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3년 1월은 5%대의 꺾이지 않는 고물가와 취업자 증가세 약화에 따른 고용불안이 겹치면서 경제고통지수가 같은 달 기준 역대 최고치(1999년 6월 실업률 집계 기준 변경 이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고통지수는 미국 경제학자 아서 오쿤이 고안한 것으로 실업률과 물가상승률을 합한 수치로, 이 지수가 높을수록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제 상황이 고통스러움을 의미한다. 경제고통지수의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아래 그림 참조), 2000년은 일명 IMF의 충격 여파로 실업률이 급등할 시기였는데, 그와 비교하여 2023년 1월의 지수가 더 높다는 것은 지금 우리의 상황이 더욱 어렵고 힘들어졌음을 시사한다.
2. 이번 데이터 언박싱에서는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는 경제지표들이 사람들의 ‘인식조사’에서는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지금 우리 사회의 어려움(경제적 어려움을 포함하여) 정도는 어떻게 인식되며, 양극화 관점에서 그 어려움은 얼마나 심각하게 느껴지는지 살펴볼 것이다. 이에 더하여 개인들의 주관적 계층 인식(중산층 인식정도)과 세대 간 계층이동의 가능성(자녀세대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을 질문하는 설문 항목을 통해 우리 사회의 현재와 미래 상황을 예측해보고자 한다.
3-1. 나아지지 않는 살림살이, 심해지는 양극화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경험: 경제지표와 통계들이 경고하는 경제적 위기는 실제 사람들의 생활에서 어떻게 경험될까? 최근 코로나 시기 동안의 경제적 어려움을 반영한 자료로, 지난 1년간 경제적 어려움 경험 여부를 다각도에서 묻고 있는 <사회통합실태조사, 2014-2021> 자료를 살펴보자. 이 자료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적 한계 상황 경험 여부에서 감염병 등 재난 상황으로 인한 ‘소득 감소’를 경험한 응답자가 15.3%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다음으로 집세, 학비, 병원비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집세 상승으로 인해 이사를 경험했다는 응답이 6.8%로 2020년에 비해 2.6%p 상승했으며, 끼니를 거른 경험 여부에서 ‘있다’고 답한 비율은 2014년 3.2%를 기록하고 2018년에 1.1%로 꾸준히 그 비율이 하락하다 2019년 1.4%, 2021년 1.8%로 다시 상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전 소득 대비 현재소득: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인식은 자신의 이전 소득과 비교한 설문을 통해 자주 조사되곤 한다. 코로나를 겪기 전 <한국사회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2011-2018>에서는 1년 전 대비 본인 소득/살림살이 변화 정도를 묻고 있는데, 살림살이가 1년 전과 ‘비슷하다’는 40~60% 수준이며 ‘좋아졌다’는 응답은 5~10%에 그치고 있다. 반면, 살림살이가 1년 전보다 ‘나빠졌다’(매우 나빠졌다+나빠졌다)는 응답은 2013년까지는 하락하다가 그 이후 점차 상승하여 2018년에는 41.8%까지 증가하였다. 결과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인식은 자료의 편린들을 종합해볼 때, 코로나 시기 이전에 소득 감소를 경험하고 있었으며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끼니 거름이나 집세 문제로 이사하는 등의 경험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사회 양극화 심각성: 전반적인 경제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어려움이 어떻게 분포하고 있는가이다. 이를 위해 주로 사회의 ‘양극화’ 정도를 확인하는 자료들이 활용되는데 최근 자료인 <한국인의 의식 및 가치관 조사, 2022>를 살펴보면 ‘양극화’는 ‘빈부격차’ 문제로 인식되어 사회적 해결이 시급한 문제 2위에 올라있다(우리 사회가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일자리(29%), 빈부격차(20%), 부동산/주택(18.8%) 순으로 나타남). <한국인이 바라본 사회문제, 2020/2021> 자료의 보고서도 양극화 문제를 강조하고 있는데, ‘현재 국민의 삶을 가장 어렵게 만드는 사회문제 Top3’에 소득 양극화 심화(부익부 빈익빈) 문제가 노인빈곤 심화 및 불안정한 노후생활, 집값 불안정(전셋값 폭등) 및 주거 부담 증가 문제와 함께 올라가 있다. 여기서 양극화는 ‘소득 양극화’ 뿐만 아니라 ‘노인빈곤 등 특정 사회집단의 빈곤’ 심화 등의 사회문제와도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양극화 경향에 대한 심각성 인식은 코로나 시기에 국한된 최근의 현상만으로 보기는 어렵다. <한국사회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2013-2017>를 살펴보면, 한국사회의 양극화가 ‘심각하다’고 답한 응답자가 2013년 71.1%를 시작으로 2017년 74.7%에 달하며, 조사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70% 이상이 심각하다고 응답하였다. 반면 ‘심각하지 않다’는 응답자는 2013년 5.7%, 2017년 6.1%로 조사기간 동안 5~6% 수준에 머물렀다(11점 척도인 원자료를 ‘심각하지 않다’(0점~4점), ‘보통이다’(5점), ‘심각하다’(6점~10점)의 세 범주로 재구성하여 분석하였다). 이 자료는 우리 사회가 코로나 시기 이전에도 양극화 문제가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었음을 잘 보여준다.
경제적 양극화: 양극화 경향중에서도 경제적 양극화에 국한할 경우 사안의 심각성은 더 심해진다. <한국인의 의식 및 가치관 조사, 2013/2016/2019/2022> 자료에서는 경제적 양극화에 대한 인식을 조사하였는데 ‘심각하다’(매우 심각하다+심각한 편이다)고 답한 응답자가 2013년 86.9%, 2016년 87.7%, 2019년 90.4%, 2022년 88.5%를 기록해 ‘심각하지 않다’(전혀 심각하지 않다+심각하지 않은 편이다)는 응답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경제적 양극화는 사회 전반적인 양극화에 비해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라 더 심각하게 인식되었을 수도 있으며 사회적 양극화를 보여주는 주요한 지표로 해석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의 양극화 경향은 아주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3-2. 당신은 중산층입니까? 내 자녀는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
주관적 계층의식-중산층 의식: 이렇듯 나아지지 않는 살림살이와 심해지는 사회의 양극화로 인해 주관적 계층의식인 중산층 의식이 옅어지고 있으며 나아가 내 자녀가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게 되었다. <한국인의 의식 및 가치관 조사, 2013/2016/2019/2022>라는 10년에 걸친 조사결과를 보면, 자신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2013년 43.9%, 2016년 38.8%, 2019년 35.3%, 2022년 36.1%로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자신이 중산층보다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2013년 50.9%, 2016년 53.1%, 2019년 58.7%, 2022년 57.6%로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상대적으로 자신이 중산층보다 높다고 답한 비율은 5~8%로 큰 변화없이 비슷한데 이런 결과로 유추해 보면,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산층보다 낮다는 범주로 옮겨간 것으로 볼 수 있다.
사회계층이동-자녀세대의 계층 상승기대: 이렇듯 옅어지는(낮아지는) 중산층 의식은 내 자녀가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까? 에 대해서도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자신의 삶 대비 자녀 삶의 개선 여부에 대해 묻고 있는 <한국사회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2011-2018> 자료를 살펴보면, 2011년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자녀의 삶이 나의 삶보다 나을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76.3%, 그렇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는 23.7%로 나타났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응답 비율은 역전되어 2016년에는 50.9%의 응답자가 자녀의 삶이 자신의 삶보다 낫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고, 49.1%의 응답자만이 자녀의 삶이 나의 삶보다 나을 것이라고 답했다. 2011년에서 2018년 동안의 변화를 살펴보면, 자신의 삶 대비 자녀 삶 개선 여부를 긍정적으로 보는 비율은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비관적으로 보는 비율은 상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비슷한 맥락의 질문을 한국종합사회조사(KGSS)에서도 조사하고 있다. <한국종합사회조사, 2010-2021>의 ‘자녀세대 생활수준 변화 예상’ 설문으로 ‘귀하의 자녀들이 귀하의 현재 나이가 될 때 자녀들의 생활수준은 어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자녀가 없더라도 있다고 가정)?’라고 묻고 있다. 이 설문의 응답을 살펴보면, ‘좋아질 것이다’(훨씬+약간) 응답 비율이 2010년 75.5%에서 2011년 77.9% 상승하다 2014년 69.9%, 2021년 57.7%까지 하락했다. 반면, ‘나빠질 것이다’(약간+훨씬)라고 답한 응답 비율이 2010년 7.5%에서 2013년 10.7%, 2021년 13.2%를 기록해 꾸준히 상승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차이가 거의 없을 것이다’라는 비율도 2010년 14.6%에서 2021년 27.4%까지 증가하지만, ‘나빠질 것이다’ 응답 비율이 거의 2배 가까이 상승하고 ‘좋아질 것이다’ 응답 비율이 70%대에서 50%대로 30% 가까이 줄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에서는 점차적으로 부모세대가 자녀세대의 삶을 낙관하지 못하며 적어도 자신보다 잘 살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 지금까지 데이터 언박싱을 통해 최근의 경제위기 지표들이 사람들의 인식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경험되는지,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경제적 양극화를 포함한 사회적 양극화 문제, 계층의식과 계층 이동 인식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점차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으며 사회·경제적으로 양극화가 심해져 사회 갈등의 소지가 높아지고 있다. 도덕적 실천과 문화적 다양성에 기여하는 중산층 의식이 점차 약화되고 자신을 중산층 이하로 인식하는 비율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의 현실 인식은 대립과 혐오로 치달을 것 같다. 여기서 더 나아가 사람들은 향후 자녀의 삶이 자신보다 나아질 거라는 미래 전망에 비관적이다. 이렇듯 사람들의 ‘인식조사’가 한결같이 그리고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상황은 단순히 경제지표의 경고를 확인하는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항상 열심인 우리나라 사람들이 현재 충분하지 않은 보상과 희망 없는 미래 사이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사회적 반성과 위기의식 그리고 적극적인 사회적 개입이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고 하겠다.
 
인용서식 : KOSSDA, 데이터언박싱 : 경제위기 지표에 대한 우리의 인식, KOSSDA newsletter78, 2023년 3월